상실 애도
관계의 장례식장에 오다.
집안 구석구석까지 햇볕이 들어오던 따스한 집처럼 나를 감싸주던 너의 온기. 닫혀있던 내 마음을 열어줬던 사람.
사람을 마음에 담으면 너무 깊이 사랑하게 되는 나라서 겁이 났었지만 너는 언제나 내 말을 들어주고 내 마음을 다독여주었고 내 하루를 궁금해했다.
매일같이 오는 연락에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제일 안쪽까지 너를 들였다.
사랑의 온도가 일치하던 시절의 우리는 둘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했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도 부끄럽지 않았다.
내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는 네가 좋았다.
내 글을 읽어주는 네가 좋았다.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네가 좋았다.
네가 내게 해준 모든 말, 모든 감정, 모든 행동은 그때 그 순간의 진심이었단 걸 안다.
넌 내가 잘못한 게 없다고 했지만,
잘못한 게 있는 사람처럼 눈치 보게 했다.
다시는 너 같은 친구를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좌절감에 빠지게 했다.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로봇이 되고 싶게 만들었다.
다시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만들었다.
우리 관계가 시체처럼 차가워진 지 오래라는 걸 알면서도 끝내 붙잡고 있었다.
보내주지 못한 채, 인정하지 못한 채로.
애인도 아닌 친구인데,
너를 생각하면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 내 곁에 두고 싶었다.
다시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겠다.
이기적으로 살아내 보겠다.
그 누구보다 나를 더 사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