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이 Nov 16. 2023

그녀는 해냈다_5년 후에

2028년 11월 10일 금요일

메일로 온 질문지를 확인하고, 답변을 작성한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 때까지 읽고 또 읽어 본다. 슬초 브런치 프로젝트 때 이은경선생님께 배웠던 게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 선생님께서 퇴고에 대해 말하셨지. ‘고치고 또 고치고. 그리고 읽어 보고.’ 그게 벌써 5년 전이다. 브런치 작가가 시발점이 되어, 5년 동안 더 바쁘게 지내왔다. 성과가 이제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매주 한 두 편의 글을 꾸준히 발행했다. 일상을 담을 때도 있었고, 정보를 공유할 때도 있었다. 일상 이야기를 쓸 때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쓸 수 있었는데, 정보를 공유할 때는 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엉뚱한 소리로 블리님(내 글의 구독자님 애칭)들을 헷갈리게 할 수 없으니, 책임감 있게 글을 써야 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했던 노하우와 도움 되는 정보들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브런치가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이었다. 게다가 든든한 지원군인 슬초 동기들. 잘 쓰던 못쓰던 한결같이 응원을 해 주었고, 발행이 늦어지면 언제 글 올라오는지 서로 관심 가져주는 모습은 늘 감동이었다. 정기적 모임은 말해 뭐 해. 미친 듯이 웃다가 보면 노 스트레스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2024년 9월 10일.

“작가님, 강연 문의 드려도 될까요?” ”네? 네~ 네. 문의 많이 많이 하셔요.“ ”작가님 글 중에, <아들아. 책 좀 읽자. 글 안 쓰고 뭐 하니?>을 읽었는데요. 혹시 그 내용으로 강의가 가능하실까요? “ ”아~ 그럼요. 완전 가능하지요. 대상이 누구일까요?“ “OO 기업 강연이고요.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인데요. 아버님들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아! 그러면 잘 찾아오셨어요.^^ 제가 열심히 준비해 보겠습니다.”


그날을 잊지 못한다. 태블릿을 두드리다 글이 안 써져서 동기들 글을 보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 우리 이쁜 동기님 글 잘 쓰시네. 우리 재미 동기님은 여전히 재치가 있으셔. 어. 우리 인기 동기님 구독자 폭발하셨네. 우와우와. 그런데, 나는 오늘 왜 이러니. 맘도 안 잡히고 졸리기만 하고, 괴로워서 머리만 쥐어뜯고 있었다. 그때, 걸려온 전화였다. 얼마나 흥분되고 설레었는지 모른다. 전화를 끊고서도 최근 통화 내역을 다시 보며, ‘크헉크헉’ 입을 막고 소리를 질렀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렇게 다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떠나온 지 13년 만이다. 이제는 대상도 다양해졌고, 콘텐츠도 많아졌다. 그만큼 삶의 경험이 풍부해졌다는 뜻이겠지. 언젠가는 이전 직업이었던 학원 강사 때의 노하우와 지금 직업인 상담심리사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원했다. 그 바람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더욱 바빠졌다. 강연을 할수록 콘텐츠는 확실해졌고, 내용은 풍부해졌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상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내담자들과의 만남은 소중했기에 약속은 꼭 지켰다. 물론 이전처럼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지는 못하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서 더 많은 내담자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잊지 않았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기도 했고, 프로젝트처럼 협업을 하기도 했다. 평가가 좋은 프로그램은 국가사업에도 선정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꺄오~ 5년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


2028년 11월 10일. 오늘.

오늘도 잊지 못하는 날이 될 것이다. DDaum 주간지에서 < 2029. 주목해야 할 여성 경제인 >이라는 주제로 기획 기사를 쓰고 있는데, 인터뷰를 요청했다. 더욱 기쁜 건 슬초 동기 3명이 같이 선정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고.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 서로 알기에 더욱더 축하해 주고 싶다. 내일 그들에게 근사한 꽃다발을 보내야지. 물론 나의 사무실에도 핑크빛의 별 튤립과 레몬 옐로우 장미꽃을 보내고. 작은 사무실에 꽃향기가 가득하겠다. 생각만 해도 향기롭다.




벌써 10시가 넘어간다. 내일 일정을 한번 더 확인하고 자야지. 우리 집 꼬맹이와 짝꿍은 잘 준비가 끝났나 보다. 나를 힐끔 보고 지나간다. 꼬맹이가 (중 1이 되었지만, 아직도 꼬맹이로 부른다.)  기다리고 있다. 사춘기라 시시각각 말투와 태도가 달라지지만, 그래도 잠들기 전에 하루 있었던 이야기를 잠깐 나누고 자는 건 여전하다. (솔직히 요즘은 나와 짝꿍을 위해 해주는 느낌이긴 하다.) 꼬맹이는 자기 할 얘기 다하더니 순간 잠들어버렸다. 일부러 자는 척하는 건 아니겠지. 조용히 방을 나왔다. 침대에 누워 짝꿍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슬슬 잠이 온다. 나보고 말 시켜놓고 또 잠들었다고 뭐라 할 텐데, 졸립다. 그래도 괜찮다. 짝꿍은 요즘 민카(민작가 카드) 덕분에 뭐든지 오케이다. 씀씀이가 아주 태평양이다.

그동안 나를 기다려주고 지지해 준 짝꿍, 꼬맹이. 가족, 친구, 동기들. 그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고맙다. 모두. (아주 시상식 소감 같네.) 그만 자자.


- 이 글은 상상이지만, 현실이 되기를 바라며 쓴 글입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