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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Mar 14. 2024

일단 보류!

소소하지만 소소하지만은 않은 나의 이야기

 둘째가 어제부터 방과 후 농구 수업을 듣게 됐다. 농구는 인기가  많아서 서두른다고 했음에도 수강신청할 당시 이미 예비 8번이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직전 주말에 빈자리가 생겼다고 연락 와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바로 등록했다.


 작년 겨울 수학학원을 옮기고 영어학원 스케줄을 함께 조정하면서 아이가 좋아했던 바둑과 태권도를 그만둬야 했다. 수학학원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할 때까지 하원을 못하는 시스템이라 끝나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서 도저히 시간을 뺄 수 없었다. 바둑은 취미라 쳐도 비만이라 꾸준한 운동이 필수인 아들에게 태권도마저 그만두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사실 앉아서 책 보거나 보드게임하고 퀴즈 내는 걸 좋아하는 아들은 운동과 거리가 멀었다. 태권도도 2품까지 따긴 했지만 운동신경이 없는 편이라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쨌든 그런 아들의 스케줄에 단 하루 정말 자유로운 날이 수요일이었다. 그래서 하루를 가더라도 땀 흘려 운동할 수 있는 걸 찾던 참이었다. 그런데 방과 후 농구가 마침 딱 수요일이었다. 수업 마치자마자  학교에서 운동을 할 수 있으니 왔다 갔다 번거로울 것도 없어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이제 4학년이라 고학년에 진입하기도 했고 이참에 점프를 많이 해서 키도 쑥쑥 자랐으면 싶었다. 아무튼 농구 방과 후를 시작하며 참 많은 기대와 희망에 부풀었던 것 같다.


 일하고 있는데 첫날 수업을 마친 아들의 전화가 왔다. 워낙 운동을 싫어하는 아이라 첫날부터 그만두겠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다행히 아이의 목소리는 아주 밝았다. 신청할 땐 몰랐는데 같은 반 친구도 있었고 수업도 재미있었다고 했다. 밝은 목소리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그런데 이럴 수가! 퇴근해서 저녁을 준비하는데 아이가 자기 손을 들이밀며 말했다. 농구공을 잡다가 손가락을 다쳤는데 아프다고 말이다. 농구 선생님께 말씀드렸냐고 물으니 친구가 시간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하고 자기도 그냥 별일 아니다 싶어 말을 안 했단다.


 제발 아이 생각처럼 별일 아니길 하는 마음으로 손가락을 살펴봤다. 모두 오동통한 손가락이긴 한데 오른쪽 약지 손가락이 유독 퉁퉁했다. 그리고 누르면 아프다고 했다. 그나마 접고 펴는 건 되는데 부어오른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어릴 적 킥보드 타다 넘어져 손목이 골절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잘 움직여서 골절된 줄 몰랐다가 뒤늦게 깁스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처럼 괜찮겠지 넘어갔다 문제 생기면 안 되니 상황 봐서 병원을 가야겠다 싶었다.


 자고 일어나 확인하니 여전히 부어 있었다. 결국 수업 마치자마자 예정에 없던(오늘 회의도 있었는데ㅠㅡㅠ) 조퇴를 하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한 시간 뒤엔 영어학원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빠르게 움직이면 얼추 시간이 맞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기가 길었다. 부은 걸 보시고 엑스레이를 찍자셨고 아직 골절은 안 보이나 지금 시기가 실금은 안보일 수도 있다셨다. 인대가 늘어난 거 같으니 보호대를 차고 일주일간 살펴보다 통증이 지속되면 다시 보잔다. 진료를 마치고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데 시간은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아이는 내심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제 피하고 싶던 단어시험이 이미 끝났을 거다라며 좋아하기까지 했다. 그 모습이 얄미워 늦어도 보내려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라고 그냥 오늘 하루 빠지기로 학원에 연락했다. 아들한테는 말 안 하고 말이다.


 진료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아이가 황금잉어빵을 사달란다. 현금 없다고 그냥 가자고 할랬더니 요즘 계좌이체가 안 되는 데가 없다. 결국 사주며 오늘 학원 안 가기로 했다고 말해줬다.


 잉어빵의 달달한 팥을 오물거리던 입이 귀에 걸렸다. 에효~ 그나저나 손가락이 별일 없이 빨리 아물었으면 좋겠다.


 결국 그렇게 기대했던 농구수업 한 번 하고 와서 손가락 나을 때까지 일단 보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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