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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앙마 Jan 23. 2024

오늘 겪은 인상적인 일

한 달 쓰기 챌린지 스물 넷째 날(2024.01.13의 기록)

#사십춘기, 나를 찾는 매일 글쓰기

#한 달 쓰기 챌린지 

#오늘 겪은 인상적인 일 


 오늘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나름 아끼는 캐시미어 코트에 좋아하는 가방을 들었다. 


 집에서 출발해 갈 때는 출발역이어서 자리도 넉넉했고, 도착이 늦을까 봐 살짝 애를 태운 것 빼고는 유쾌했다.

 모임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 처음엔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라 금방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다시 지하철에 탔다. 꽤 많은 역을 지나야 했기에 꼭 자리에 앉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횡재! 갑자기 한 사람이 다급히 내렸고 그 앞쪽에 있던 난 바로 앉을 수 있었다. 


  하루종일 다소긴장 했던 터라 고단했던 몸이 땅으로 꺼질 것만 같았다. 간신히 피곤한 눈을 겨우 뜨고 있는 동안에도 지하철은 달렸고 많은 사람을 토해내고 태웠다. 내 양 옆으로 빈자리가 2개 생겼다. 그중 하나는 줄 끝에 마련된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이었다. 사실 지하철 끝자를 선호하는데 그럼에도 당연하게  핑크좌석이라 내 자리가 될 수 없다 생각했다. 

 

  누군가가 빈자리 쪽으로 다가왔다. 30대쯤 돼 보이는 남자가 핑크카펫에 발을 두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 내 반대쪽 옆자리가 분명 비어 있는데도 그랬다. 나도 모르게 저 사람 뭐지 라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임산부를 배려해서 비어두자는 사회적 약속이 되어있다는 걸 핫핑크로 가시적으로 드러내두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가 싫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담배냄새가 코를 찔렀다. 난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 칸 옆으로 물러 앉았다. 그러면서도 혹시 내가 옆으로 이동하는 걸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핑크자리에 대한 자각을 뒤늦게 하고 다시 내 옆자리로 이동할까 걱정이 됐다. 다행히 어느 쪽도 아닌 듯했다. 


  이제야 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진짜!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반대쪽 자리 사람이 내리고 타신 50대 정도 되시는 남자분! 패딩전체에 지독한 담배냄새가 푹 배어있었다. 아주 찌들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코를 슬쩍슬쩍 감싸 쥐게 되었다. 

 

  이젠 정말 울고 싶어졌다. 옷감 재질 때문에 잦은 세탁이 조심스러운 캐시미어 코트에 냄새가 배면 어쩌지 하는 생각까지 더해져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그러자니 서서 가거나 다른 자리로 이동해 가기도 눈치 보여 속만 끓이고 있었다. 


 다행히 그리 오래지 않아 그 사람이 내렸다. 애연가들에겐 너무 죄송하지만  난 담배냄새가 너무 싫다. 오죽했으면 남편과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제일 먼저 확인했던 게 흡연유무였다. 


  갑자기 지난 10여 년(휴직기간제외)의 출퇴근을 함께한 지하철이라는 존재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올해 드디어 가까운 곳에 발령이 나서 임용 후 처음으로 걸어서 출퇴근하고 있다. 사실 새 학교에서 불합리한 부분도 많아 학기 초에는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집과 가깝다는 사실이 모두 불편과 짜증을 이겼다. 못 바꾼다 내 학교! 사실 전출결과 기다리며 기도한 건 지하철 안 타고 출퇴근하는 거였다. 이루어졌다. 


  지하철은 늘 타는 거라 힘들고 짜증 나는 부분 다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이제 안 타고 다니다 보니 가끔 타는 순간순간 참 힘들고 지치게 느껴진다. 이래서 다들 운전을 하나 싶기도 한다. 


#찌든 담배향이 인상 깊은 일이 되다니

#나도 내 몸이나 옷에서 좋은 향이 나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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