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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누아누 Oct 06. 2020

내 글쓰기의 밑천, 아버지의 유산



난 글을 쓰며 한때 돈을 벌었다.  

‘내가 왜 글을 써서 돈을 벌고 있지?’ 

그 당시는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원 모 대학의 벚꽃길을 걸어 산업대학원을 걸어가던 그 날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날도 산업대학원의 팀장님과 산업대학원 교학지를 발간하기 위한 미팅을 하면서 예의 그 작가님이라는 소리에 머쓱함을 느끼고 만다. “작가님, 우리 산업대학원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계간지로 나오는 이 잡지 너무 좋아해요. 잘 부탁드려요. 이번 달 홍보잡지 잘 좀 부탁드릴게요.” 난 어느새 작가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나는 한번도 작가 수업을 해본 적도 없고 정식으로 그런 회사를 다닌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기회가 와서 한 것뿐일 뿐. 어느 순간 나는 작가라는 소리를 들었고, 스멀스멀 기어오르던 어색함을 뒤로 하고 그 일을 10년을 넘게 하게 된다. 그리고 나름 인정을 받아 영역을 확대하고 편집에 기획까지 할 수 있었다. 


사실 그랬다. 지금 와서 고백하자면, 나라는 사람은 성인이 된 이후 독서에 목매달아본 적도 없고, 어릴 적 그 흔한 문예반에 들어가 본적도 없는 사람이다. 사회과학을 전공은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글을 쓰는 일을 해본 적도 없고 대학 때 그런 동아리에 들어간 적도 없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게 된 거지?

그 당시는 갈망하며 좋아서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이니까 했을 뿐이다. 





1년 전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나를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글쓰는 작업을 했던 원천이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작가라고 불리웠던 카피라이터 생활의 밑천이 아버지였음을. 




내 어린시절의 기억 중 가장 선명한 기억. 누런 종이장판에 펭키칠을 한 안방 중간에 신문이 널려 있다. 아버지와 초등학생 형제들은 주말만 되면 아침식사 전에 안방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신문을 읽는데 몰입한다. 아버지가 읽고 난 신문을 우리 형제들은 서열에 맞춰 한 장씩 돌려가며 읽는다. 아직도 내 뇌리에는 그 안방의 기억은 쉬 없어지지 않고 있다.   


아침식사 전 안방에 동그랗게 둘러 앉아 아버지가 읽은 신문 한 면씩을 받아 읽기 위해 목매달고 기다렸던 기억들. 사실 초등학생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은 별로 없었다. 하물며 한문까지 섞여 있는 신문이었으니까. 그럼에도 통과의례같던 그 기억이 몇 십년이 흘러도 또렷하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학교 갔다 와서도 책가방 던지고 신문을 제일 먼저 보았던 것 같다. 


맞다. 아버지가 우리 형제들에게 큰 것 물려주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물려준 그 유산으로 나는 지금도 글이 가지는 힘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굳이 말하자면 

내 글쓰기의 밑천은 신문이외에는 별로 없는 것 같다(창피하게도). 신문을 통해 세상을 알았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배우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 형제에게 의도치않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물려준 것 아닐까? 물론 지금까지도 신문은 나에게 중요한 세상의 연결고리이다.


아버지는 세상사에 심하게 관심이 많았다. 거짓말 조금 부치자면 모르는 것 없이 아는 것이 많았고, 그 모든 지식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했다. 어릴 때는 모든 아버지들이 다 저러는 줄 알았다.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과한 정치 관심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한때 공직생활을 했던 아버지는 정치와 사회에 관심이 많았고 그 DNA는 우리 형제들에게 고스란히 내려왔다. 그래서인지 나 또한 세상사에 사람에 괸심이 많다






세월이 흘러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녹여 글을 써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 그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나에게 더 없는 즐거움이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근성을 그들은 갖고 있었고, 그들의 삶을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으로 즐거웠다.


화재해상보험업의 보험판매왕, 지점들.

기업들의 직원들, 회사 내의 이야기들.

사업장의 프로젝트 제안서를 한 권의 책으로 엮는 일들

대학의 프로그램들과 재학생, 멋진 졸업생들 

중소기업의 다양한 이야기들 등등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글들을 썼던 것 같다.

그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 그 안에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은 새로운 활기를 주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으로 사람과 글을 연결할 수 있었다. 

어쩌면 돌고 돌아 나는 블로그로 들어와서도 

글쓰기를 통해 사람을 기업을 브랜딩하는 일을 도와준다. 

글이 가지는 힘으로.  

그렇다. 아버지의 신문 그것이 나의 글쓰기의 밑천이자, 사람에 대한 관심의 시작점이었던 것을. 


그리고 나는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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