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와 홍대병

by 미노칼럼


주변에서 일명 '폭싹' 때문에 난리였다. 1화만 보고 별로던데 하며 투정부리는 사람을 꾸짖는 소리부터, 1화부터 9화까지 흘린 눈물 다 합친 양만큼 10화에서 흘릴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하지만 난 '홍대병'이 있다. 작품 자체의 수준이나 재미를 떠나,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은 보기가 싫어진다. 사실 일종의 개똥철학이다.


나의 이런 개똥철학에는 이유가 있다. 그 콘텐츠를 곱씹어 소비하고자 함이다. 콘텐츠 생산 속도도, 사람들의 소비 속도도, 그리고 재생산 속도도 너무나 빠른 환경이 되었다. 굳이 지금 보고싶지 않더라도, '나왔으니까', '주변에서 얘기를 많이 하니까', '안 보면 인스타 게시물을 이해 못하니까'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광적'으로 빠른 콘텐츠 얼리어답터들을 한 차례 지나보내면, 오롯이 내 속도로 이 콘텐츠를 즐길 시간이 온다. 충분히 내 감정을 느끼고, 내 생각을 기억한다.


영화 '트루먼쇼'에서 마지막 트루먼이 문을 열고 나가는 감동적인 프로그램의 종영 뒤에는, '에이 끝났네 이제 뭐 볼까' 하며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가 나온다. 특히 요즘같이 재밌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콘텐츠들을 이렇게 쉽게 소비하기엔, 너무 재밌고 다양하고 아름답다. 주변 지인과 이 콘텐츠에 대해 수다떨 기회는 놓치지만, 한번즘은 콘텐츠 자체와 대화를 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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