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우리 엄마와 헌재 결정문

by 미노칼럼


가족과 함께 집에서 먹는 저녁 시간이었다. 다 먹은 뒤에 그릇을 정리하려는데, 엄마가 네모난 반찬 뚜껑으로 동그란 밥그릇을 덮어보려는 듯 낑낑거리고 있었다. 모양도 크기도 다른 두 아귀를 맞춰 보이겠다는 듯 뚜껑을 밥그릇 위에 힘껏 내려치는 모습을 보며 '도대체 뭘 하는 걸까, 아무리 뚜껑을 헷갈려도 그렇지 네모난 걸로 동그란 걸 덮어보겠다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도, 이 장면의 결말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 별말 않고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반찬 뚜껑에 붙은 작은 밥풀 하나를 보게 되었다. 손대지 않고 깔끔하게 밥풀을 떼어보려는 생활력 가득한 우리 엄마는, 내 성급한 시선과 판단으로 인해 '이상한 사람'이 될 뻔한 것이다.


예상했던 시기보다 탄핵 선고가 지연됨에 따라, 헌재에 대한 사람들의 추측이 난무했다. 정치적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보려는 수작이라느니,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친윤 반윤 갈등이 줄어들지 않는다느니, 5:3이니 8:0이니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당일 헌재 결정문에 대해 대중은 호평을 쏟아냈고, 늦어진 선고를 모두가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4월 4일 이전에 마음껏 펼쳐놨던 추측과 가설은, 유려하면서도 정갈한 헌재 결정문에 의해 조용히 잊혀가는 듯하다.


뚜껑에 붙은 밥풀을 본 뒤 나는 이 장면과 내 생각을 우리 엄마에게 설명했고, 본인은 '너 뭐 해?!' 하고 바로 큰소리쳤을 거라며 나의 기다림을 칭찬해 줬다. 우리가 '이상하다'며 비난하고 질책하는 것들은 사실 우리의 성급한 시선과 판단이 만들어낸 건 아닐지 모른다. 충분한 기다림으로 '헌법 교과서'가 될 만한 헌재 결정문도, 그리고 우리 엄마의 칭찬도 받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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