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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INO May 15. 2023

나의 플레이리스트

가끔씩 생각날 때 적어둔 글

"너의 플레이리스트 속 음악들은 어떤 음악들로 채워져 있니?" 라고 문득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심결에 나만의 멜론 차트 목록을 엄지손가락으로 오르락 내리락 문지르니 참 다양한 장르에 다양한 곡들이 담겨있었다. 70-80 시절의 음악부터 외국 팝까지 내용물이 워낙 다양해서 대체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나조차도 뭐라 딱히 정의하기 어려웠다.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나름 음악을 좀 더 다양하게 편식하지 않고 듣겠다는 다짐과 함께 전체 목록을 지웠다가 다시 차근차근 리스트를 채워가고는 하는데, 그렇게 채워진 곡들도 다시 한 곳에 모아두고 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부분 비슷하게 채워지고는 하기 마련이다. 가끔은 '이럴거면 굳이 왜 지웠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채워진 음악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하나 같이 빠지게 되는 과정이 비슷하다. 처음엔 멜로디에 눈길을 주게 되고, 그 선율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담고 있는 노랫말들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그대로 주저 앉아 머물고는 한다. 그렇게 무언가를 채 깔고 앉을 새도 없이 주저앉아 한참을 듣기를 반복하면 몇 번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가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그 앞에서 처음 그 때처럼 주저 앉아 빠져버리게 되는. 몇 해를 지나도 내 플레이리스트 자리를 턱 하니 차지하고 있는 음악들은 대부분 그런 음악들이다.



나에게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음악 목록을 채우는 것과 같다. 처음엔 외적인 무언가에 호기심을 느껴 조금씩 다가가다 그의 생각이나 가치관, 그 사람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나의 무엇과 맞닿으면 점점 깊게 빠져들어가고 그 반대라면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하는 과정의 연속.


플레이리스트를 하나씩 머리 맡에 가만히 틀어두고는 나의 연락처 목록을 함께 훑어보니 그 역시 어딘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나 참~'이라고 혼잣말을 툭 내 뱉는다. 그저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들과 연결지어져 있음이 하나의 자랑거리라고 생각했던 20대에 비하면, 참 볼품없는 내 전화번호부다. 볼품없어 보일지라도 나는 지금의 내 휴대폰 속 사람들의 이름들이 좋다. 마치 어떤 음악을 틀어도 모두 나를 울고 웃게하는 이야기들을 담고있는 내 플레이리스트처럼, 내 연락처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이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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