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MINO May 04. 2023

두려움은 별 것 아닌 것으로부터 생겨난다

<오롯이 시리즈> 오롯이 홀로 '어두운 밤 숲 속 한가운데에서'

'바스락' , '퍽' , '사사삭'


텐트 밖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시간은 새벽 4시. 술을 한 잔하고 잠들었다가 애매한 시간에 술이 깨면서 잠도 깨버렸다.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어떻게든 잠을 청해보려고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내 모든 신경은 밖으로 향해 있었고 혹시나 누가 갑자기 내 텐트를 덮치지는 않을까, 뭔가를 훔쳐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내 텐트의 천장에는 두 개의 작은 투명창이 있는데, 왠지 그 사이로 누군가 나를 쳐다보거나 할 것 같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어둠과 그 속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한참을 뒤척였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하늘이 조금은 푸르스름 해질 때쯤 다시 잠에 들었던 것 같다. 한창 뒤척이다가 용기(?)를 내어 천장을 봤는데 동이 터오고 있는 듯 보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 약간의 푸르스름함과 함께 나무들의 그림자가 보이고 나서야 잠에 들었으니 거의 2시간을 그렇게 뒤척였던 것 같다.


겨우 잠에 들었다가 9시쯤 잠에서 깼다. 반대편 텐트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고, 텐트의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함께 캠핑을 왔던 친구의 움직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잠깐동안 피곤함에 침낭 속에 더 파 묻혀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텐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쌀쌀함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가스불에 물을 올리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친구에게 새벽에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 소리들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잤다고, 너는 그 소리를 듣고도 잘 잔거냐고 홀로 보냈던 새벽의 이야기를 한 곳을 멍하니 응시하며 주저리주저리 풀어냈다. 그런데 옆에서 친구가 막 웃는다. '이게.. 아주.. 누구는 밤새 뒤척였는데 웃어!?' 라고 투정 어린 말을 하니 친구가 계속해서 웃으며 얘기했다.


'그거 잣나무에서 잣 떨어지는 소리인데?ㅋㅋㅋㅋ'


그랬다. 호명산에는 잣나무가 많았다. 그래서 점심에 도착했을 때도, 저녁을 먹을 때도 나무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그 때는 별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했고, 낮이라서 그랬던건지 그 소리가 그리 크게 들리지 않았더랬다. 그렇게 신경조차 쓰이지 않던 그 소리가 밤이되고 새벽이 되니 유독 크게 들리고, 단순하게 투둑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동물의 발자국 소리처럼 들렸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문득 문득 두려움을 느낄 때를 돌이켜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혹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앞선 경우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나는 특히 더 그랬다. 막상 그 두려움의 대상에 마주하면 그것이 별 것 아니라는 걸 알게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데, 그 앞에 맞서서 서는 시간이 어려운 것이다. 그걸 아주 사소한 예를 들면 이 잣나무에서 잣이 떨어지는 소리와 같은 것에서 느끼고 깨달으면서도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무형의 두려움 앞에 다시 쪼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볼 수 있으면 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