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5
여러분은 혹시 무의식적으로라도 '좋다'라는 말을 '싫다'라는 말보다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종종 스스로가 너무 '싫다, 싫어'를 속으로든 밖으로든 내뱉고 있는 나날이 계속되면 아차!하고 억지로라도 '아이고~ 좋다, 좋아!'를 외치고는 합니다.
요 근래에 제가 평일만 되면 '하, 가기 싫다'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난 후에 그 날 아침부터 차마 입 밖으로 떨어지지 않는 그 말을 억지로라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하고, 제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이 말이죠.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감사한 상황인지 끊임없이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아마 이러면.. 또 한 몇 달은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테니까요ㅎㅎ)
생각해보면 그래요. 싫다고 싫다고 계속 외치면 좋아지는게 하나 없더라구요. 계속 안 좋은 것들만 보여지고, 괜찮았던 상황과 순간들마저도 어느 순간이 되면 그 좋았던 순간마저도 싫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내 인생에 좋은게 하나 없구나라고 잘못 판단하게 됩니다. 극단적인 것 같나요?
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려 볼게요. 저는 왼쪽 눈을 예상치도 못한 사고로 실명할 뻔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제가 회사를 엄청 다니기 싫어했던 때였어요. 처음엔 회사가 싫었죠. 그렇다고 다른데 이직할 용기도 없고, 스스로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는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저 부정적인 말들을 내뱉고 그 상황을 미워할 뿐이었죠. 그런 시기가 길어지니까 주 7일 중에 제가 온전히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 날이 줄어들었습니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하루 정도.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까지는 회사에 있어야 했고, 일요일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월요일의 생각이 떠올라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죠.
'몇 시간 뒤면 또 회사를 가야한다니..'
그렇게 저는 제 시간과 세상을 자진해서 지옥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정말 사소한 것들에 속으로 욕을 내뱉었고, 이해할 수 없다며 부정했죠. 그러다가 사고가 터졌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날은 날씨도 좋은 봄날이었어요. 어쩐지 그다지 나쁠 것이 없는 날이었죠. 기분이 좋아서 그랬나. 그 날 수란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좀 따뜻하게 먹어보겠다고 바보같은 짓을 했습니다. 물컵에 물을 넣고 수란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버렸죠. 처음엔 괜찮길래 한 번 더 돌렸습니다. 그리고 컵을 꺼내서 계란을 보는 순간. 일이 터졌습니다. 뜨거운 물이 얼굴을 덮쳤고, 계란의 파편들이 얼굴과 눈으로 튀어올랐죠.
분주한 응급실에서 한참을 기다려 피부과 진료를 처음 받았습니다. 돌아온 말은 '얼굴에 흉질 수도 있어요'. 그 때까지도 괜찮았습니다. 또 한참을 기다려 안과 진료를 받았는데 왼쪽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어요. 간신히 눈을 떠도 희뿌옇게 보일 뿐 아무것도 제대로 볼 수 없었죠. 그리고 돌아온 답은 '각막 손상이 좀 심하네요. 실명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이었죠. 모든 진료를 마치고 어두컴컴해진 병원 복도를 휠체어에 의지해 빠져나오는 길. 패잔병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감고 멍하니 병원의 찬 공기와 마주하고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싫다 싫다 부정한 결과가 결국 이거구나'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는데 몸에 힘이 빠진 걸 느꼈습니다. 그냥 에너지가 없다라는 느낌이 아니었어요. 뭔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단단히도 움켜쥐려 힘을 주고 있었는데, 그 무언가를 내려놓은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그제야 머릿속에서 제대로 생각이란 걸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부정과 증오의 끝은 더한 부정과 증오일 뿐 그 현재를 부정한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나아지거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죠.
물론, 이 사건 이후에도 종종 '아우 너무 싫은데'를 외치는 상황은 반복되곤 합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금방 망각을 하고는 하죠(ㅋㅋㅋ). 최근에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 눈을 뜨는 순간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되뇌이고는 합니다.
'싫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차라리 그 지금도 충분히 좋다라고 말하자'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이, 내가 매일 아침 향하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요?
내 마음 같지 않은 지금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계신다면, '그래도 좋다!'라고 나에게 이야기해보세요.
우리 같이 소중한 나의 시간과 순간들을 부정하고 미워하기보단 긍정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해봐요!
긍정과 사랑의 시간들이 이어진다면 반드시 내 마음처럼 잘 되는 일이 더 많은 날들로 채워질테니까요!
음악도 하나 띄워드릴게요 :)
데이브레이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