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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INO May 02. 2022

갑작스럽게 제주여행

<오롯이 시리즈> 오롯이 홀로 '제주'

모든게 갑작스러웠다. 만남도 헤어짐도 그리고 짧지만 강렬했던 그 시간들을 정리하기 위한 제주행 역시도. 연차를 냈고, 그 날 저녁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망설임 없이 예매했다. 물론 다른 선택지들도 있었다. 거제도, 강원도, 부산 등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지만 그저 머릿속을 멤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곳들 뿐이었다. 스쳐가는 선택지들 사이에서 고민을 했던 시간이 무색할만큼 2022년 늦은 봄의 제주여행은 말 그대로 갑작스럽게 그리고 순식간에 결정되었다.


 주의 중간인 수요일 오후. 일찌감치 회사를 떠나 공항으로 향했다. 50여분을 날아 제주의 하늘에 다다랐다. 멀리서 보이는 제주이 해변과 비양도 그리고 조금  지나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과 돌담들.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던 마음이 평온하고 소박한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순식간에 편안해졌다. 비행기의 튼튼한 앞다리가 '!'하고 제주의 땅에 발을 내딛었다. 비행기 내부를 가득 채우던 엔진 소리가 사라지고, 벨트 안내등이 꺼지자 기다렸다는  사람들이 일어서서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틈바구니에 끼어 서두르고 싶지 않아 사람들이 내릴 때까지 한참을  앉아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을 지켜보았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짐을 챙기고 비행기 밖으로 나섰다. 제주도의 바깥 공기는 아직 조금은 차가웠다. 그래도 바닷바람을 맞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다.


밀물처럼 밀려와 가득 채워졌다가 정신차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버린 후 남겨진 것들을 비워내기 위해 찾아 온 2022년의 첫 제주. 이번엔 또 어떤 것들을 비워내고 어떤 것들을 채워서 돌아가게 될까. 늘 그랬듯 의문과 걱정을 한 가득 안고 찾아오는 나에게 이 섬은 현답을 보여주었으니, 이번에도 마찬가지리라. 그리고 설령 그 답을 얻지 못하고 내려간다고 한들 그저 제주에 내려온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온을 얻었으니 그걸로 만족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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