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것이 익숙해진다는 것

by 쓰니파파

처음 치앙마이에 발을 디딘 날, 나는 이방인이었다. 공기는 무겁고 끈적했으며, 귀에 들리는 소리들은 모두 낯설었다. 냄새도, 언어도, 사람들의 얼굴도 모든 것이 타국의 것이었다. 그러나 가장 낯선 것은 내가 낯선 사람이라는 사실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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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나는 기계였다. 마트로 가는 길을 외우고, 버스 시간을 암기하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모든 과정이 자동화된 반복이었다. 나는 그 반복 속에서 살았고, 그것을 삶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여기서는 달랐다. 은행 통장 하나를 만들려 해도 시간이 걸렸고, 인터넷을 설치하려 해도 절차가 복잡했으며, 배달 앱 하나를 사용하려 해도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모든 것에 시간이 필요했고, 모든 것이 서툴렀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신기한 동물이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스스로 익숙함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영어도 익숙지 않아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것도 손짓, 발짓을 동원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서 계산대 앞에 서서 웃기만 해도 아메리카노 2잔 주문이 완료된다. 이것도 하나의 언어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맡기고 나와서도 불안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았을까 노심초사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교문을 들어서면 우리는 "이제 우리 시간이다" 하고 말하며 서로의 하루를 기대한다.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가 생겼고, 항상 주차하는 콘도의 자리가 정해졌으며, 헬스장에서 늘 사용하는 러닝머신의 번호가 있다. 반복이 쌓였다. 반복이 쌓이니 안정이 생겼고, 안정이 생기니 여기가 우리의 삶터가 되었다.

익숙함이란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직접 부딪히고, 넘어지고, 웃고, 걱정하면서 천천히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창조의 과정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태국어를 잘 못한다. 시장에서는 흥정을 못 해서 비싸게 사기도 하고, 아이들 학교 소식은 번역기 없이는 읽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하게 지냈다. 완벽하지 않지만 서툰 데로 살았다.

낯선 곳에서 익숙함을 만들어간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인생 전체를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태어나 낯선 존재로 시작해서, 스스로 익숙함을 만들어가며 살아간다. 그것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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