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 태국에서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기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저 종이 한 장일 뿐이라 치부하기엔, 이 작은 증명서가 열어줄 새로운 길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여행자에게는 굳이 필요 없는 번거로움이라지만, 삶의 터전을 옮겨 뿌리내리려는 자에게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통과의례였다.
여행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이들이라면 굳이 이 지난한 과정을 겪을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 한 장이면 렌터카를 빌려 태국의 도로를 누비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허나,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조금 더 깊이 발을 담그려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장기 여행자 중에서도 특히 골프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현지 면허증은 작지만 확실한 혜택을 안겨준다. 치앙마이의 푸른 잔디 위에서 공을 치는 즐거움은 물론, 현지 면허를 제시하면 내국인 요금으로 그린피를 할인받는다는 소식은 지갑이 얇은 여행객에게는 솔깃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몇 푼 아끼는 것을 넘어, 이국땅에서 현지인으로서의 대접을 받는 듯한 묘한 자부심도 함께 따라온다.
더욱이, 나처럼 이곳에 장기 거주하려는 이들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국제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은 고작 1년. 매년 한국으로 돌아가 갱신하는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2년 유효기간의 태국 운전면허증은 실용적인 대안을 넘어 현명한 투자에 가깝다. 낯선 곳에서 삶을 꾸려가는 이들에게 시간과 비용의 절약은 곧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은 카드가 선사하는 편의성은 무시할 수 없다. 부피 큰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을 매번 소지하는 불편함에서 벗어나, 현지 면허증 한 장으로 운전은 물론 간단한 신분 증명까지 해결할 수 있다. 짐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반감되는 법인데, 하물며 일상생활에서의 간편함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어떤 관광지는 현지 면허증만으로 내국인 요금 혜택을 주기도 한다니, 이는 단순한 서류 한 장이 아니라 이 땅에 대한 소속감을 부여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태국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기 위한 여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다만, 준비해야 할 서류들 앞에서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여권, 국제운전면허증은 당연한 것이고, 여기에 병원에서 발급받은 건강확인서와 거주지확인서가 추가된다. 사진은 현장에서 촬영하니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건강확인서는 길가의 작은 클리닉에서도 쉽게 발급받을 수 있었다. 몇 가지 간단한 검사를 거치고 150바트 남짓한 비용을 지불하면 1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손에 쥘 수 있는 서류였다. 유효기간이 한 달이라는 점이 촉박하게 느껴졌지만, 그 안에 면허 신청을 마쳐야 한다는 작은 강제성이 오히려 나태함을 막아주었다.
문제는 거주지확인서였다. 단기 여행자들에게는 생소한 이 서류는 태국에서의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셈이었다. 다행히 '태국 거주지확인서 발급'이라는 검색어 하나로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고, 치앙마이 한인회나 이민국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두 곳 모두를 경험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한인회가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급하다면 하루 만에 발급이 가능한 이민국을 선택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터였다.
모든 서류가 준비되자 구글맵에 '치앙마이 도로운송국'을 검색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본관 2층, 27번 카운터로 곧장 향했다. 준비해 간 서류들을 내밀자 담당자는 복사해올 부분을 꼼꼼히 체크해 주었다. 카운터 뒤편에 자리한 복사점에서 체크된 부분을 맡기니 능숙하게 처리해 주었고, 다시 27번 카운터로 돌아가 서류를 제출했다. 담당자는 서류를 검토하더니 일주일 뒤 다시 방문하라는 쪽지를 건네주었다. 묘한 기대감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약속된 날짜에 다시 도로운송국을 찾았다. 27번 카운터에 서류를 제출하자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담당자는 서류에 도장을 찍고 정리하더니 옆 카운터로 가서 비용을 지불하라고 일러주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니 21번인가 22번 카운터에서 나를 불렀다. 서류를 내밀고 수수료 205바트를 결제하자, 안쪽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이 이어졌다.
안쪽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이름을 불렀고, 이내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렌즈를 응시하며 굳어있는 내 얼굴이 작은 화면에 담겼다. 다시 자리에 앉아 몇 분 기다리지 않아, 마침내 내 이름이 새겨진 태국 운전면허증이 손에 쥐어졌다.
글로 풀어놓으니 길고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그리 어려운 과정은 아니었다. 다만, 거주지확인서와 건강확인서를 발급받는 과정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진입장벽을 넘어서면 2년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 카드는 분명 그만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골프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라도 손에 넣어야 할 보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이제 나는 이 작은 플라스틱 카드 한 장으로 태국의 도로를 조금 더 자유롭게 누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마주할 새로운 풍경들과 경험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또 다른 태국의 이야기로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