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간다. 치앙마이에 와서 중고차를 구입한 지 벌써 일 년이 되었다. 자동차 세금을 납부하고 등록을 갱신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은, 내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산 시간이 일 년이라는 뜻이다. 자동차를 구하러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며 맨땅에 헤딩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이제 여기 있을 날이 지나온 날보다 적어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태국에서는 매년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대해 세금을 낸다. 세금을 납부하면서 책임보험도 갱신하고, 세금을 납부해서 자동차 앞유리에 붙이는 스티커를 받아 붙여야 한다. 그래야 길거리에서 종종 하는 경찰들의 검문에 걸리지 않는다. 이번 달 들어 부쩍 길에서 검문을 자주 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차들이 걸린다. 한 번 걸리면 400바트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치앙마이에서 차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잊지 말고 자동차 세금 납부를 잘 해야 한다. 법은 그렇게 작동한다.
태국에서는 7년 이상 연식이 지난 차량에 대해서는 매년 자동차 검사 증명서까지 받아와야 세금 납부가 가능하다. 내 차는 7년 이상 된 차여서 차량 검사부터 해야 했다. 길에서 자주 보이는 노란색 톱니바퀴 모양의 간판이 있는 자동차 검사소에 갔다. 신경 써서 보면 그런 간판이 길에서 꽤 많이 보인다. 자동차 검사소에 들어가서 자동차 검사받으러 왔다고 하면, 거기 직원이 스스로 운전해서 검사까지 다 마치고 증명서를 출력해준다. 비용은 200바트이고 시간은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간단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렇게 간단하면 좋겠다.
자동차 검사를 마치고 검사소에서 받은 증명서와 자동차 등록증, 즉 블루북을 들고 운송교통국으로 갔다. 치앙마이에는 치앙마이 공항 주변 빅씨 항동 마트 바로 옆에 있어서 찾기가 쉽다. 블루북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증과 같은 것이다.
교통국 주차장에 주차하고 들어가서 1층 입구에 있는 인포메이션에 자동차 세금 내러 왔다고 하니, 직원이 보험 들었냐고 물어본다. 안 들었다고 하니 옆 카운터에 가서 보험을 먼저 들고 오라고 한다. 줄을 서서 보험을 든다. 보험료는 차종마다 다르다. 여기서 가입하는 보험은 찬썽이라고 하는 3종 보험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책임보험이다. 우리나라 보험회사에서 가입하는 종합보험과는 다른, 가장 기본적인 보상만 해주는 보험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종합보험을 가입하고 싶다면 따로 보험회사에서 가입하거나, 마트나 쇼핑몰 같은 데서 자동차 보험을 파는 곳에 가서 따로 가입해야 한다. 나는 작년에 차를 구입할 때 중고차 매매상사에서 7천 바트짜리 2종 보험을 가입해줘서 탔는데, 생각해보면 사고가 나서 보험을 부르고 싶어도 태국어를 못하니 보험을 부르기도 어려울 것 같다. 작년 한 해 동안 접촉사고 한 번 없이 조심히 잘 타고 다녔으니, 올해는 그냥 책임보험만 가입하고 타려고 따로 종합보험은 가입하지 않았다. 삶은 그렇게 선택의 연속이다.
창구에서 보험을 가입하고 약 600바트 정도 납부하니 즉석에서 보험 증서를 준다. 이제 마지막 절차인 세금 납부를 해야 한다. 보험을 처리해준 직원이 손으로 약 2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다른 카운터를 가리키면서 거기에 가서 줄을 서라고 한다. 시키는 대로 그곳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그곳은 세금을 납부하는 곳이 아닌 각 업무에 맞는 대기 번호표를 뽑아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뽑아준 번호표를 들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되어 드디어 세금을 납부하고 스티커를 발부받았다.
처음 해본 일이라 긴장도 되었지만, 막상 해보니 그렇게 어렵지 않게 잘 끝낼 수 있었다. 일 년간 살면서 느낀 건데, 태국 관공서의 일 처리 시스템은 시설이 좀 투박하게 생겨서 그렇지 아주 깔끔하고 합리적인 것 같다. 외국인인 내가 처음 해보는 업무인데도 한 번도 헤매지 않고 전체 처리하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고 처리할 수 있었다.
태국에 대해서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이 살다 보니 많이 깨지는 것 같다. 선입견이란 그런 것이다. 실제로 살아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언젠가 여기에 대해 자세하게 써보고 싶다.
어쨌든 행정절차는 잘 처리했으니, 남은 일 년 차를 잘 타다가 잘 팔고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치앙마이의 시간도, 내 시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