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 삶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치앙마이에서 우리가 배운 삶의 속도

by 쓰니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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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보낸 시간은 여행이 아니었다. 피난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 다른 리듬으로 살아본 시간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다. 현지 언어를 모르고, 가족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고, 늘 해오던 일을 멈추고 쉼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낯설음이 처음에는 불안이었다. 이후에는 호기심이 되었다. 결국에는 익숙함으로 변해갔다.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의 속도를 배웠다.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등교시켰다. 둘이서 헬스장에서 땀을 흘렸다. 현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미래를 이야기했다. 해가 질 무렵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저녁에는 함께 밥을 먹고 보드게임을 했다.

거창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 삶의 중심에 가족이 놓인 시간이었다. 그 중심이 단단하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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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새로운 언어 속에서 자신감을 키웠다. 다름을 마주하면서 배려를 배웠다. 말보다 표정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익혔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른보다 훨씬 빨리 적응한다는 사실을 매일 깨달았다. 그들은 더 순수하게 지금을 살아간다.

아내는 엄마로서의 시간 외에도 자신의 삶을 조금씩 되찾았다.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조용히 차를 마시며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들은 지금까지 아이 중심으로만 살던 그녀에게 새로운 호흡을 선물했다.

나는 17년간의 공무원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살아봤다. 처음에는 공허했다. 그다음에는 어색했다. 결국에는 소중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가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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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곳으로 돌아간다 해도, 예전의 우리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곳에서 배운 삶의 속도, 삶의 중심, 그리고 삶의 태도는 우리 안에 흔적처럼 남았다. 그 흔적은 앞으로도 우리를 지탱해줄 것이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우리는 단지 가족이 함께 살아본 해외살이를 기록하고자 했다. 그러나 써 내려오며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다시 살아보고 싶어졌던 우리 자신에 대한 기록이었다.

2년여 간의 공백이 나의 삶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실은 좀 두렵다. 불투명한 미래에 두렵기도하다.

하지만 치앙마이에 와서 느낀 것은 가족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앙마이는 우리 가족에게 그 모든 것을 선물해준 인생의 쉼표였다.

감사했다, 치앙마이. 우리는 정말 잘 살았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다시 시작된다.

나의 고향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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