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바 견학 회고

(2023.08.16 Instagram)

by 장민호
Screenshot 2026-01-19 at 5.40.46 pm.png 일하던 바 Bar Imbibe에 있던 바텐더 만화 [슬리피 바메이드]


이번에도 어김없이 태풍과 함께한 오사카, 자칭 [嵐を呼ぶ男(태풍을 부르는 남자)」(실제로 웃자고 이렇게 말함) 는 지난 3일간 무엇을 배웠는가?


Screenshot 2026-01-19 at 5.43.12 pm.png 오사카-난바&신사이바시의 Bar Shiki의 코스터


첫째날 밤 - Bar Shiki & Bar Nayuta

Shiki가 일본어로 [Wisdom] 이라는 뜻이라 지으신 이름이라고 한다.

(지식의 '식'을 일본어로는 '시키' 라고 읽는다.)

인테리어도, 분위기도, 너무너무 내 취향이었고 추천이 너무 좋았다.
최고의 한잔은 [진토닉].

Screenshot 2026-01-19 at 5.43.16 pm.png 시키의 진토닉

바에 가면 꼭 먹어보려고 하는 칵테일 세가지가 진토닉, 김렛, 진피즈인데

바텐더가 어떤 성향으로 메이킹하는지 꽤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칵테일들이라 좋아한다.

공부도 많이 되는 편이고.

시키에서 진피즈를 부탁드렸더니 '오리지날이랑 [시키]스타일이 있는데 뭘로 할래' 라고 다시 물어봐주셨다. 돌이켜보면 늘 시키에서는 [시키 스타일로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는 편이 좋았던 것 같다.


Screenshot 2026-01-19 at 5.43.23 pm.png 수상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브리 영화에 나올법 한 공간이 반겨준다.


기억에 남는 대화는
'좋은 서비스란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 예측하고 움직이되 확인을 꼭 하는 편이 좋다'
'김렛같은 레시피가 간단한 칵테일은 스시와 닮아있다, 재료는 단순하지만 밑준비에 따라 확연히 다른 맛이 난다'

두번째로 시키에서 만난 교토 형님과 '아 이렇게 좋은 밤을 여기서 끝낼 순 없지' 하고 시키 마감까지 달리고 2차로 갔던 Bar Nayuta (무한대라는 뜻이다)

Screenshot 2026-01-19 at 5.43.30 pm.png 바 좌석이 일자가 아니라 라운드 형태로 되어있다. Wow


시키와는 달리 굉장히 편한하고 캐주얼한 분위기였고,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초장부터 시선을 잡아끌었다. 외국인 손님들과 바 안에서 사진도 찍어주는걸 보면(보통은 정중히 거절하는 편이다) 정중보다는 나이스한 느낌의 바.
바스푼 보고 혹시 Birdy(바 기물중에 최고가의 기물 브랜드)인가요? 했더니 '바텐더라면 버디지' 라고 대답해 주셨다. 여러가지 인퓨전을 써서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마티니'를 부탁드렸는데 여기서도 [오리지날과 나유타 스타일이 있는데 어떤 걸로 할래?] 라고 물어봐주셨다. 여기서 '나유타 스타일로 부탁드립니다' 라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자스민 찻잎이 블렌딩 된 진으로 만들어주셨던 마티니가 기억에 남는다. 진의 솔잎 향과 레이어링되는 부드러운 자스민 향이 느낌이 좋았다.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의 술, 살짝 감겨가는 눈, 멀리서 들리는 경쾌한 보스턴 쉐이커 소리.

조심히 잘 택시타고 호텔로 들어갔습니다.
서울에서 바텐더를 하고 있고, 일본에 와서 바를 돌아다니면서 [좋은 바텐더란 뭘까요] 라는 질문을 하러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시키와 나유타에서는 선물도 받았다.
감사합니다, 잘 썼습니다.


둘째날 밤 - Bar Rocking Chair

Screenshot 2026-01-19 at 5.43.34 pm.png Rocking Chair의 코스터, 로고를 태운 듯 한 마킹이 인상적이다


멋진 흔들의자와 후원(箱庭)이 아름다웠던 Rocking Chair,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바 중 하나인데 실제로 일하는 곳에서도 이 바의 시그니쳐 칵테일 중 하나( Revival 60's )를 내고 있기에 오리지날을 마셔보면 좋겠다 해서 다녀왔다.

Screenshot 2026-01-19 at 5.43.39 pm.png '60년대의 재림', 60년대의 고급 위스키인 보모어를 현대의 재료로 재해석한 레시피

메뉴판이 생각보다 엄청 상세하게 되어있어서(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배려하는 것 같았다) 재밌게 읽다가 여름 칵테일의 왕(솔직히 왕 맞는 것 같음) [벨리니]가 있어서 시켜보았다.

Screenshot 2026-01-19 at 5.43.44 pm.png 복숭아와 샴페인으로 만드는 칵테일 벨리니


운 좋게도 오픈시간인데다가 태풍 예보때문에 손님이 나밖에 없어서 바텐더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일본 명절인 오봉 시즌에는 흰 복숭아가 가장 맛있는 기간이라 정말 맛있다는 이야기(실제로 진짜진짜 맛있었음)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칵테일이니까 샴페인보다는 프로세코를 사용하고, 이러면 산미가 덜 강해서 더 좋은 것 같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모두 제대로 고민하고 만든다.
유럽이나 미주에서 온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는데, 일본은 알콜의 향이 제대로 나는 것을 선호하고 그렇게 만들어내지만 서양 손님들은 조금 더 부드럽게 넘어가는 것을 좋아해서 그렇게 맞춰서 만들어드린다는 이야기도 재밌었다. 하던대로 하는것이 맞는가? 손님에 맞춰서 유동적으로 조금씩 다르게 하는게 맞는가? 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하고 있으시다고.
유명한 칵테일인 [유키구니]를 개발하신 바텐더분의 이야기도 들었는데 90세가 넘은 노령의 나이에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바에 스셨다는 이야기와 함께 해주셨던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바텐더란 평생을 갈고닦는 것'

셋째날 밤 - 마스터의 추억의 장소 Bar Sakamachi
언제나 신세지고 있는 마스터가 '꼭 가보세요' 와 '아 나만 아는 추억의 장소인데...' 의 중간쯤의 느낌으로 추천해주신(아마) 난바의 작은 바에 들렸다. 태풍때문에 역시 손님이 안계셔서 거의 두세시간을 넘게 바텐더분이랑 떠든 것 같다.

Screenshot 2026-01-19 at 5.43.51 pm.png 구매할 수 있는 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생산(수입)자 컨택 넘버가 있다


바텐더로서 공부보다는 인생을 공부한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잘 안꺼내주신다던 굉장한 올드버틀과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보던' 세계의 술 모음 책.

Screenshot 2026-01-19 at 5.43.57 pm.png '니가 먹는 이게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에디션일거야'


생산자 전화번호부가 부록으로 있어서 그걸 보고 컨택하셨다고.
돈많은 아저씨 아줌마보다 보다 천엔, 이천엔 쥐고 오는 한잔 마시는 어린 손님들이 더 소중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 등으로 분명히 지쳤을 어린 손님들이 여기서 마시는 술 한잔으로 쿨다운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분명히 그런 손님들이 바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끝내주는 계획(P 치고는)과는 조금 많이 다른 스케줄로 움직였지만 그래도 너무 즐거웠던 여행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정말 배운 점이 많아서 일할때도 잘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밤의 이야기 말고,
낮의 이야기도 좀 있는데 그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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