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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농 Nov 21. 2021

다시 겨울인가


11월에 접어들었다.

시간은 어느때보다 빨랐고 브런치를 방치했다.


문 닫힌 작은 가게를 배회하는 단골손님처럼,

내 글을 기다리시는 몇 명의 구독자 분들께서 '왜 글을 안 올리나'하고 생각하실 것이다.


그러한 기대와 염려 때문에 다시 펜을 들었다. 

아래와 같이 여러분들께 작은 이야기를 담아 보낸다.

부디, 가벼이 읽어주시기를. 늘 건강하시기를.





감사합니다. 저는 잘 있습니다. 다만 직장생활이 바빠서 틈을 낼 수가 없었어요. 이직을 했거든요. 잘한 일인지 아닌지는 제 미래가 판단해줄 것입니다. 집에 가면 자정이 가까우니 피곤을 이길 수가 없었어요. 주말도 어느 날은 새벽까지 일을 했습니다. 


삶에 겨울이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쉴 틈 없이 일해도 쉴 틈을 얻을 수 없는 생활. 제 가까운 이는 직장을 그만 포기하라고 말을 해주었습니다.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조언을 해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했어요. 회사를 판단할 만큼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일화를 말해드릴게요. 좀 더 편한 문체로 바꿔보겠습니다.

제가 전에 일하던 회사에 인사담당 직원으로 경력사원 한 분이 입사를 했습니다. 저랑 같은 직무는 아니었지만 같은 팀이었으니까 같이 회식도 하고 으쌰으쌰 노력하자고 했지요. 당시 회사에서는 급여작업이 가장 바쁜 일이었어요. 그래서 인사과장님은 그 담당 분과 밤 늦게까지 작업을 했어요. 그 분은 입사하자마자 야근을 하게 된 것이죠. 아마 힘들었을 거에요. 워라벨이 소중한 우리 또래들에게는 힘든 작업이었겠죠.


다만 저는 알고 있었어요. 그 순간만 지나가면 괜찮은 직무라는 사실을요. 다른 업무는 야근을 할 필요가 없는 업무였어요. 월초의 며칠만 버텨내면 나머지 한달은 그나마 편안하게 보낼 수 있었던 거죠. 입사한 지 삼일째 급여 작업의 마지막 날, 그는 퇴사를 했습니다. 야근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유에서요. 인사과장님은 그런 이유들을 세세히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가 얼마나 버티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했죠. 저는 못내 아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사실 하나 알려주지 않은 인사과장이 꼰대다 아니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어떻다 하는 것은 결국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거죠. 충분한 경험, 재직자들의 의견과 지나온 사실들을 듣고 난 후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판단의 때를 기다리고 있어요. 지난 2달여 동안, 여러가지를 배웠습니다. 내가 각오해야 할 부분과 그래도 괜찮아질 것으로 기대할 부분이 있다는 것. 생각보다 각오해야 할 부분이 많고, 길어질 수 있다는 것. 이런저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고 있습니다. 그래야 제 갈길도 좀 더 합리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겠죠. 


저와 같이 직장생활 하시는 수많은 여러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힘드시죠. 혹시 이직하신 분들은 회사에 뿌리내리기 어렵지 않으신가요. 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견디면서 주어진 직무가 마음에 드니까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같은 상황이신 분들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다시 겨울이 왔네요.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또 2022년이 밝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삶은 익사이팅하기보다는 반복과 연속인 것 같아요. 항상 좋지만도, 항상 슬프지만도 않죠. 매일 그렇듯 아이들을 깨우고 출근하고. 점심메뉴를 고르고, 회의를 하고. 퇴근길 막힌 도로에서 큰소리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부르고.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랑 잠에 드는 일. 모든 일이 일상의 행복일테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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