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오늘, 종합시험을 봤다.
탈락했다. 기준점수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땐 별 신경 안 쓴 학점인데, 종합시험을 통과 못하면 졸업을 못하니까 신경이 쓰인다.
학번도 (석사) 16학번인데 3년 휴학기간 때문에 벌써 5년째 졸업을 못했다. 올해는 꼭 하고 싶었는데 어려워졌다. 다음 학기에 또 시험을 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잖다.
왜 나는 경제학을 선택했을까.
고등학교 때, 경제학이 좋았다. 선생님도 잘 가르쳐주시고 성적도 잘 나왔다. 그저 좋아서 대학교도 경제학을 전공하게 됐다. 석사까지 경제학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회사 직무는 원가 담당자인데 사실 경제학보다는 회계학이 밥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된다.
왜 수학에 쩔쩔매고 그래프를 그리는 일을 하게 되었을까. 학부시절 경제학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꾸역꾸역 12년 차 경제학도다. 경제학도 잘 모르는데 말이다. 경제학이 도움이 된 것은 인생의 선택에서 좀 더 판단력을 기를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그보다 절묘한 행운은 경제학 전공 때문에 교직을 이수하게 됐고, 그 수업에서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졸업까지 계속 걷는다.
내 다짐은 이것이다. 잘하지 못한다. 경제학에 소질도 없고, 노력도 못했다. 인정한다. 그래도 졸업까지 꾸준히 걸을 것이다.
사람 일이라는 게 마음처럼 되는 법이 없다. 노력도 능력이다. 그만큼 극적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꾸준한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가고 싶다.
성적이 낮아 죄송한 마음에 계량경제학 교수님께 사죄 메일을 보냈다. 거의 백지로 정답지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답이 왔다.
"너무 걱정 말아요. 계량경제학이 원래 범위도 넓고 어려워서 학생들이 힘들어합니다. 괜찮습니다."
따듯한 마음으로 격려해주시는 교수님 덕에 힘이 났다. 다시 힘을 내보자. 일어서 보자 하고 다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