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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May 17. 2020

우재의 역전

2020.05.17

쌍둥이들에게 자전거가 생겼다. 어제 자전거대리점에 가서 '들개'란 거친 이름을 가진 어린이용 자전거 두대를 샀다. 엄마가 성급하게 예고한 탓에 그제부터 자전거 사러가자고 노래를 불렀으나, '비 오는날에는 자전거 사러 가는게 아니'라는 아빠의 이상한 고집에 하루 밀렸다. 간 김에 헬멧까지 함께 샀다. 


둥이들 사이에 우열을 논하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자전거도 유준이가 먼저 익힐 줄 알았다. 퀵보드 혼자 타기를 먼저 익힌 것도 유준이였고, 지금도 유준이가 더 빨리, 과감하게 달린다. 우재는 간신히 혼자 타기를 익혔고, 지금도 혼자 타기보다는 엄마나 아빠가 끌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 혼자 둥이들을 데리고 퀵보드를 타러 나가면 우재는 항상 뒤처져 따라오기 십상이다. 


자전거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왠걸. 어제 새 자전거에 태워 집에 오는데 우재는 곧잘 혼자 가는데-물론 보조바퀴가 달려있다-유준이는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집앞 공터에 와서 연습을 할 때도, 우재는 내가 한참을 뛰어 앞으로 간 뒤 와보라고 호면 혼자서 몰고 오는데, 유준이는 이미 두발을 들고 도와달라고 소리친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것은 힘이 만든 차이다. 자전거가 앞으로 가려면 페달을 힘차게 밟아야 하는데 유준이는 거기서부터 벅찬 모양이다. 반면 체중도 더 나가고 힘도 센 우재는 곧잘 페달을 밟아서 바퀴를 굴린다 


물론 이것은 지금의 상황.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는 모른다. 


어제 자전거를 가르쳐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평일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고, 아빠 쉬는 주말에 타는 것이라고 당부를 해뒀다. 엄마 혼자서는 두명을 감당하기가 불가능하다. 


오늘 엄마가 보낸 사진을 보니 킥보드를 타고 나왔다. 둥이들이 엄마를 많이 봐준 모양이다. 조만간 자전거를 엄마아빠 도움없이 혼자 타게 되면 내가 혼자 데리고 나가봐야 겠다. 


자전거 연습 30분만에 하얗게 불태운 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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