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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un 13. 2022

'극과 극' 쌍둥이

2022.06.13

같은 놀이터에서 저러고들 있음...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허벅지와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주말내내 둥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토요일에는 땡볕에 동네 공터에서 야구를 했고, 일요일에는 월드컵 공원에 돗자리를 깔고 놀고 또 놀았다. 

사실 일요일에는 처음부터 월드컵 공원을 갈 생각이 아니었다. '문화비축기지'를 가볼 생각이었는데 주차장이 매우 협소하다고 해서, 그럼 우선 가까운 월드컵 공원에 주차를 하고 문화비축기지를 가보자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월드컵 공원, 처음은 아니었지만 너무 좋았다.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산책도 하고, 컵라면도 먹고, 또 산책을 하고, 물고기도 구경하고 등등. 이러다 집에 그냥 가도 되지 싶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조금 지루해하는 것 같아서, 사실은 내가 궁금해서 문화비축기지를 가보기로 했다. '엄청나게 큰 석유탱크가 있다'는 말에 등이들도 관심을 보이며 따라 나섰다. 

솔직히 말하면 매우 재미없었다. 말 그대로 아주 넓은 공터에 거대한 탱크 여러개가 건물로 변신해 서있었다. 그게 끝. 볼 것도 없고 놀 것도 없었다. 

다시 공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문화비축기지 입구에 있는 지도를 봤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했다. 근처에 '유아숲 놀이터'가 있다는 것을. 지도가 서있는 곳에서 20미터도 되지 않는, 매봉산 둘레길 입구에 유아숲 놀이터가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밧줄과 그물, 해먹그네 등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해먹그네에서 신나게 해적놀이를 하고 있는 둥이들을 두고 조금 더 올라가봤다. 그랬더니 나도 타보고 싶은 짚라인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유준아, 우재야 여기 짚라인이 있다아아아아아~~" 둘이 달려왔다. 

짚라인 표지판에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줄을 서서 타라고 쓰여있었지만, 우리는 줄을 설 필요가 없었다. 우리 뿐이었으니까. 유준이는 100번을 목표로 타고 또 탔다. 그러나 우재는 1번을 타보고 무섭다고 하더니 "1번만 더 타보고 앞으로는 안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짜 해먹그네를 다시 거쳐 옆에 있는 나무 그네에 안착했다. 위의 사진은 같은 시간대 쌍둥이들의 모습이다. 유준이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짚라인을 타고, 우재는 그네에 누워서 산들바람처럼 흔들거렸다. 

탈 만큼 탔다 생각해서 엄마가 기다리는 공원으로 돌아오는데 유준이가 계속 외쳤다. "짚라인 또 타고 싶다. 아빠, 다시 갈까,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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