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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25. 2016

발가락이 닮았다

2016.04.25

유전이란 참 강력하다. 

아직은 둥이들의 귀여운 얼굴과 내 길기만 한 얼굴이 매치가 되지 않는데, 가끔은 신기하게 닮은 점을 발견한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 


일단 유준이 녀석의 성격. 유준이는 매우 온순하다. 낮에는 배가 고프거나 짜증이 나도 잘 보채지 않는다. 우재는 안아주다가 눕히면 난리를 치는데, 유준이는 그냥 혼자 논다. 성장이 더 빠르던 우재를 앞질러 107일만에 뒤집기에 성공한 것도 그 영향이 있는 듯 한데 유준이는 누워서 혼자 뒤집기 연습에 매진을 한 모양이다...반면 우재는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113일만에 뒤집기에 성공했는데...유준이와 달리 팔도 혼자 잘 못뺀다. 


그런데 온순한 유준이가 성질을 불같이 낼 때가 있다. 분유가 좀 과하다 싶게 늦는다거나 할 때인데, 한번 성질을 내면 분유를 줘도 먹지 않는다. 아내가 아무리 달래줘도 씩씩대며 젖병을 거부한다. 

내가 딱 그런다. 화가 나면 밥을 먹지 않는다. 배가 고픈걸 잊을 때도 잊고, 오기로 안먹을 때도 있다. 이 때문에 결혼 전에는 어머니에게, 결혼 후에는 아내에게 많이 혼났다.(성질 내는 것도 꼴보기 싫은데 뭘 잘했다고 단식 투쟁이냐!!!) 여튼...그걸 유준이가 나와 똑같이 행동하는 것을 본 아내는 이렇게 외쳤다. "소오름!!!!"

 

아침잠이 많은 것도 나와 닮았다. 어제도(지금은 25일 새벽 1시) 유준이는 아내를 거의 '기절'시킨 뒤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래놓고 아침에는 깨울 때까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우재는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패턴을 일찌감치 익혔기에, 유준이만 협조해주면 우리 부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을 텐데...그냥 '(불면의)저녁이 매우매우 긴 삶'이 되었다.


가장 신기한 것은 발이다. 이건 아내쪽인데, 아내는 엄지발톱이 하늘을 향해 있다. 이 때문에 스타킹에도 자주 '빵꾸'가 난다. 내성발톱이 잘 생기기도 한다. 여튼 좋은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둥이녀석들의 엄지발가락이 딱 이렇다. 목욕을 할때인가 언제인가 발가락을 만져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놈을 확인하고 다른 녀석도 확인해봤는데 마찬가지. 그 작은 발의, 더 작은 발가락의 더 작은 발톱이 명확하게 하늘로 뻗쳐있다.


우리 둥이들과 상관없는 사진. 그냥 발가락 사진이라 플리커에서 퍼왔다. 


그제 회사 후배들과 점심을 먹고 이런 얘기를 했더니, 남자 후배 한 녀석이 자기도 그런 발톱이란다. 그래서 어릴 때 축구하다가 발톱이 숱하게 깨졌다고 한다. 


10년 후쯤 축구하고 온 뒤 엄마에게 잔소리 들을 둥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발톱은 깨져있고, 양말은 빵꾸나 있고...그런데 아빠 닯아 축구는 더 못하고....


참고로 나도 어릴 때 골목에서 축구하다 발톱 많이 깨졌다. 난 평범한 발톱이었지만, 공을 안차고 땅바닥(주로 콘크리트)을 많이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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