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부리 May 04. 2016

남일같지 않는 불행

2016.05.04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은 아마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일 것이다. 2011년 처음으로 사망자가 확인이 됐고(아마 사망자는 그 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 인과관계가 처음 확인된 것이 2011년) 이후 5년이나 흘렀지만 이제서야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수사가 시작되기전까지는 '증거가 없다'며 뻗대던 옥시 등의 업체들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돈을 내놓는 등 '생지랄'을 떨고 있다. 


아이들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내가 먹는 밥은 대충 먹고, 내가 먹는 물은 대충 끓이고, 내가 잘 침대는 청소도 잘 안하지만, 아이들이 먹고 마시는 것, 자는 곳에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슬프게도 아이를 잃은 피해자들은, 남들보다 더 부지런하게 가습기를 씼고, 살균제로 청소를 했던 사람들이다. 아이가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덜 아프라고, 더 편하게 자라고 가습기에 그 독약을 섞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 나라면, 옥시를 원망하기 전에, 가습기살균제 광고를 본 내 눈을 뽑고, 마트에서 사들고 들어왔던 내 손을 잘라버리고 싶을 것 같다. 그러나, 그래도 남은 아이를 위해 살아야 하고, 아이들이 죽은 원인을 알고, 사죄를 받아야 하기에 하루하루 고통속에 살아 왔겠지. 


그래서 옥시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한 피해자 아버지가 마이크를 잡고 한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서 '너희가 니 자식을 죽인 게 아니다. 죄송하다.니 자식 죽인 놈은 우리다. 옥시다'라고 사과를 해야한다"는 말이 참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그런다고 죽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자식을 죽인 부모라는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을테니. 


www.flickr.com에서 퍼옴

매일밤에 아이들이 먼저 자고 있는 안방으로 자러 들어가면 항상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어보고 침대에 눕는다. 엎어재우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도 있지만, 아이들의 새근새근하는 숨소리는, 일에 지치고, 삶에 찌든 아빠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힘이 있다. 


내일은 우리 둥이들이 처음으로 맞는 어린이날. 내일 아침도 녀석들에게는 오늘과 똑같은 아침이겠지만, 하루하루 건강하게, 무사히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는 엄마아빠에게는 감사하고, 참 다행스런 아침이다.  

  

  

 

작가의 이전글 발가락이 닮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