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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ug 13. 2016

해줄 수 있는게 없어 슬프다

2016.08.13

지난주 우재가 감기에 걸렸다. 무더위에 에어컨을 껐다켰다 하니 몸이 견디지 못했던 모양이다. 

열이나고 기침도 있었지만, 다행히 금방 이겨냈다. 유준이에게 옮기지도 않은 듯 했다. 

섣부른 방심이었다. 며칠전부터 유준이가 기침을 하는 듯 하더니 어제부터는 이마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마에 해열패치를 붙이고 재워보려 했지만, 유준이는 밤새 끙끙대며 앓았다. 

아내도 유준이와 함께 밤새 앓았다. 안아주고, 먹이려하고, 달래보고. 

평소에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만큼 잘 자던 녀석이 밤새 신음소리를 냈다. 배가 부르면 뉘어놓기만 해도 잠들던 녀석이 등만 땅에 닿으면 짜증을 냈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아빠가 토요당직을 하는 날. 장모님이 오시긴 했지만 두 아이를 감당하는 몫은 모두 아내에게 돌아갔다. 

아침에 병원을 다녀왔지만 유준이의 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낮에 열이 내리고 컨디션도 돌아오는 듯 했지만 저녁에 다시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재가 얌전하게 있다고는 하지만, 우재 역시 밥도 먹어야 하고, 재워주기도 해야하는데...유준이가 아내 품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퇴근'하셨던 장모님이 다시 돌아오셨다. 


묘기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이 도와줘서 그리 어렵지는 않다. 이제는 스스로 젖병을 잡고 빨기도 한다. 오래 버티지는 못하지만. 


아빠는 회사에서 둥이들 생각을 하며 대기 중이다. 게으름 안피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해서 오늘 할일은 얼추 다 해놓았지만, 밤 11시까지는 꼼짝없이 회사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아빠는 기침해도 괜찮고, 가벼운 열따위는 있어도 움직일 수 있으니 대신 앓아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대표로 앓을 수 있으면 둥이들이 감기에 걸리는 즉시 가져왔을텐데, 모기도 대신 물려주고...


집에 가려면 아직도 1시간 10분이나 남았다. 오늘따라 시간이 참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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