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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Sep 05. 2016

매일 봐도 보고 싶다

2016.09.05

지난주 토요일부터 어제, 아니 지금은 월요일 새벽이 됐으니 그제까지 8일간 휴가였다.

말 그대로 8일간 우리 4식구는 딱 붙어있었다. 

감기에 걸렸지만 둥이들은 잘 놀았고


잘 잤다.


8일동안 아내와 함께 아이들을 '수발'해보니 저녁이나 주말에만 잠깐잠깐 하던 때와 또 달랐다. 

아침에 눈뜨면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고. 또 점심으로 이유식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고, 저녁되면 씼기고 먹이고, 또 재우고....몸도 고되지만, 똑같은 패턴이 무한으로 반복된다는 것이 참 어려웠다. 그래도 순하디 순한 아이들이 도와준 덕분에 그리 힘들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아내의 육아는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에도 계속되고 있지만.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감기에 걸려 간 병원에서 체중을 재어보니 유준이는 8.5kg, 우재는 9kg. 태어날 때부터 벌어진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나란히나란히 잘 크고 있다. 


참 신기한 것이, 덩치는 우재가 크고, 힘도 더 세지만, 신체발달은 유준이가 조금씩 더 앞서나가고 있다. 뒤집기도 일주일 먼저했고, 이도 먼저 났다. 그제는 혼자 몸을 영차영차 움직이더니 매트 위에 혼자 앉았다. 물론 10초도 안돼서 뒤로 벌렁 넘아가기는 했지만....어제는 우재와 장남감을 놓고 싸우다 화가 났는지 또 앉았다. 그리고 또 벌러덩...


오늘 아침에는 정말 감동적인 장면을 봤다. 출근전 아이들을 깨워 이유식을 먹이려고 자고 있는 안방문을 살짝 열어봤는데, 둘이 나란히 엎드려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재가 유준이 자리로 넘어와 둘이 무슨 역적모의라도 하듯이 얼굴을 마주보고 웃고 있었다. 너무 이뻐서 같이 보려 아내를 불렀다.


그러나 엄마와 아빠가 나타나자 둘의 대화는 금방 중단됐다. 그리고 안아주기를 기다리는 눈빛을 경쟁적으로 보내기 시작했고, 먼저 안기지 못한 녀석은 금새 울듯한 얼굴이 됐다. 


지금도 그때 아름다운 표정이 눈에 선하다. 덩치가 커질 수록 같은 공간에서 경쟁을 하고, 싸움도 하겠지만, 언제나 마무리는 그렇게 나란히 엎드려 하는 대화가 됐으면 좋겠다. 특히 엄마와 아빠가 없을 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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