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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Sep 10. 2016

아빠의 결심

2016.09.10

그제부터 큰 결심을 했다. 

아침에 둥이들 때문에 일찍 잠이 깨면, 다시 자지 않고 책을 보기로.

밤에 책을 보면 졸리기만 하는데, 또 몇장이라도 봐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이럴바에야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조금씩이라도 보는게 낫겠다 싶었다.

결심하자 마자 바로 실천시작. 

첫날(7일)은 성공적이었다. 6시쯤 아이 소리에 깼는데 역시나 한녀석이 일어나면 다른 한 녀석도 자동으로 기상하는 연동 시스템이 작동했다.

바로 아내와 같이 분유를 먹이고 재우려 했으나 이 놈들이 '모닝똥'도 연동. 그래서 기저귀도 갈아주고 재우기 시도. 

재우고 책을 봐야 하는데 유준이가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아기띠로 유준이를 안아 재우며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영 신통치 않아 독서를 잠시 중단하고 재우는데 전념했다. 녀석은 7시10분에 잠이 들었고, 그동안 재미는 있었지만, 진도는 참 나가지 않았던 스티븐 존슨의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를 수십페이지나 읽을 수 있었다. 


아침에 첫 우유를 먹인 뒤에는 바로 재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런 표정으로 놀아달라고 매달리는 녀석들을 뿌리칠 수 없다. 


둘째날(8일)은 실패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잤다. 물론 애들 소리에도 일어나지도 않았다. 하루 아침 일찍 일어났다고 바로 후유증... 


셋째날(9일)은 다시 성공. 7시쯤 일어났는데, 유준이는 우유를 열심히 먹고, 기저귀도 간 뒤 바로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아침잠이 별로 없는 (게다가 모닝똥을 싸는 바람에 '간단 샤워'까지 한) 우재는 별로 협조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일단 우재를 데려나와 거실 '놀이매트' 위에 넣어놓고 책을 보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곁눈질로 살피는데 우재의 눈이 풀린 것을 포착.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재를 아기띠로 안아올렸다. 10여분만에 재우는데 성공. 


오후출근을 하는 날이라 10시반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몇달을 끌어오던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를 마침내 다 읽었다. 내친김에 2년 가까이 묵혀둔 '제2의 기계시대'도 꺼내 읽기 시작. 


해보니 장점이 많다. 맑은 정신에 책을 읽을 수 있어 좋고, 아내는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밀린 잠을 잘 수 있어서 더 좋다. 또 퇴근이 늦어 안아주지 못한 아이들을 아침에라도 더 안아줄 수 있게됐다. 


물론 문제는 내 체력. 매일매일 해보려 했는데, 당장 다음날이면 아침에 눈이 잘 안떠진다. 오늘은 또 야근이라 내일은 어떻게 될지. 그래도 해보는데까지 해봐야겠다. 입에 가시가 돋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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