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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Dec 01. 2016

고집쟁이 우재

2016.12.01

얼마전 인사이동을 한 뒤 출근시간은 빨라졌고 퇴근시간은 늦어졌다.

밤 9시 넘어 집에 도착하면 둥이들은 이미 자고 있고, 아내는 기진맥진.

그나마 출근전에 둥이들이 깨면 안아주고, 기저귀 갈아주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서 둥이들의 '현상황'도 아내를 통해 전해듣고 있다. 

우재는 엄청 고집(?)이 세졌다고 한다. 가끔 봐도 떼가 늘긴 했다. '스스로의 욕구와 판단'이 생긴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걸 다 감당해줘야 하는 아내는 힘들기만 하겠지.

이렇게나 이쁜데 말야

어제 새벽에는 우재가 자다가 깼다. 요즘 둥이들은 자다가 깨서 엄마아빠가 옆에 있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보통보채다가도 아내나 내가 옆에 누워 토닥거리면 금세 다시 잠드는데, 그날 우재는 달랐다. 내가 안아줘도 울고, 아내가 안아줘도 울고...그냥 칭얼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악을 쓰며 울어댔다. 

똥을 싼건가 확인해봐도 별 이상 없고해서 어디가 아픈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해본 '우유 처방'. 둥이들이 새벽 수유를 끊은지 꽤 돼서 큰 기대는 안했지만, 내가 허겁지겁 타온 분유 120mm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또 운다. "왜 그것밖에 타오지 않았느냐"는 아내의 타박을 들으며 다시 120mm 제조. 그제서야 우재는 만족한 듯 우유를 거의 다 빨고 다시 잠들었다. 


그 때 시간이 새벽 4시쯤. 오전내내 하품을 하며 일하긴 했지만 반대로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 이것저것 바쁜 회사일로 제대로 안아주지도, 재워주지도 못했는데 그나마 그 덕에 한번 안아준 것 같다. 물론 아내는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일이면 11개월이다. 항상 이런저런 걱정이 많은 엄마아빠를 비웃기라도 하듯 둥이들은 잘도 큰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뱀발: 그 난리가 난 와중에도 유준이는 잘도 잤다. 놀 때 부르면 돌아보는 거 보니 귀도 잘 들리는거 같은데...어릴때 잠귀가 어두워, 누가 업어가도 몰랐던 아빠를 닮았나보다. 근데 말이다. 아빠도 나이가 드니 잠귀가 밝아지더라. 잘 수 있을 때 많이 자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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