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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an 02. 2017

드디어 1년!!!

2017.01.02

오늘은 유준이와 우재의 첫번째 생일.

아내가 들어간 수술실 앞에서 안달복달하다가, 둥이들을 보고 허둥지둥대다가, 심한 기침감기에 걸려 입원실에서 모든 사람들의 눈총을 받았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니.


어제는 그 힘들다는 돌잔치를 치렀다. 물론 힘든것은 돌잔치 자체가 아니라 (아내가 다한) 준비과정, 그리고 기념촬영이다.


12시쯤 운현궁 앞 주차장에 도착해서, 성질 고약한 노인네와 시비를 좀 벌이는 등 해프팅(장모님 언성 높이시는 거 난생 처음 봄)을 겪고 마침내 촬영 돌입.


돌잔치 베스트 장면, 손가락 먹는 유준이와 삿대질하는 우재 ㅎㅎㅎ


다행히 날도 춥지 않았고, 한복도 예뻤으며, 무엇보다 둥이들이 아주아주 잘 견뎌주었다. 

혹시나 둥이들이 촬영 강행군에 몸살이 날까 싶었지만 정작 몸살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엄마와 아빠였다.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유준이가 돌바닥에 떨어질뻔한 것을 도우미로 따라온 막내 이모가 간신히 잡아채 구해냈고, 평상에서 또! 유준이가 옆으로 떨어졌지만, 다행히 부드러운 흙바닥이었다. 흙바닥에 얼굴을 박은 유준이는 안아올린 아빠 얼굴을 보고 울까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울지 않기로 결정했다.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큰아빠, 큰엄마, 이모, 이모부, 그리고 사촌 형, 누나들이 성대하게 축하해준 돌잔치에서 유준이는 판사봉을 잡았고, 우재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돈을 잡았다. 아빠는 건강이 최고라 생각해 실을 잡았으면 한다고 했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집에 돌아오니 어느덧 저녁. 둥이들은 목욕을 한 뒤 7시부터 자기 시작했고, 아내도 나도 밤 10시가 되자 TV 앞에서 졸기 시작했다. 새벽 1시44분에 다시 깬 둥이놈들에게 우유를 먹여야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아주아주 완벽했던 돌잔치. 


지난 1년, 신비롭고 경이로운 하루하루였다. 쭈글쭈글하게 태어난 유준이 얼굴에 살이 붙기 시작한 것도, 107일만에 유준이가 뒤집고, 꼭 일주일뒤인 114일에 다시 우재가 뒤집은 것도. 난간을 잡고 일어서던 둥이들이 어느순간 난간을 잡지 않고도 두세걸음을 걷는 것도, 무엇보다 안고 있으면 엄마아빠의 등을 토닥거려주는 그 손길들. 


고맙고 사랑한다. 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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