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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an 09. 2017

통곡하는 쌍둥이

2017.01.09

출근해 한참 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이보다 생생할 수 없는 유준이와 우재의 '통곡' 모습

우재도 울고, 유준이도 울고...아내와 나는 웃고

어제 브런치에 쓴 것처럼, 안전지대가 뚫린 뒤 나는 임시방편으로 리본용 끈으로 문을 봉쇄했다. 그러나 아내는 그 끈이 날카로워 더 위험하다 판단했고, 아주아주 안전한 끈(대형 면수건)을 마련해 다시 문을 봉쇄했다. 


사실 우재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는 것이, 분명이 오늘 아침 아빠와 나왔을 때는 저런 장치가 없었고, 심지어 엄마는 잠시 문을 열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더랬다.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 분명히 문 손잡이를 돌려 밀었는데 문은 열리지 않고, 틈은 보이는데 나갈 수 없고!!!

그래도 안전을 위해 엄마는 냉정할 수 밖에. 조만간 다이소에서 판다는 잠금장치를 사다가 부착해야겠다.

아내에 따르면 우재는 저 사진을 찍은 뒤에도 계속 울고, 분노했고, 문을 흔들어댔으나, 유준이는 금세 포기하고 제 할일을 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보면 우재는 장난감을 빼앗기거나 하면 다시 찾으러 달려드는데, 유준이는 '앵~'하고 한번 운 뒤에는 다시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역시나 같은 듯 다른 둥이들. 


이건 다른 얘기인데, 어젯밤에는 간만에 둥이들과 함께 잤다. 아기띠로 한시간 가까이 재웠는데도 유준이와 우재 모두 자지 않아, 내가 다 데리고 아기 매트리스(아이스캐슬)로 들어갔다. 

불을 모두 끄고 함께 누웠는데 둥이들은 놀고싶은 마음과, 자고 싶은 육체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허둥지둥. 장난을 치려고 매트리스 벽에 매달렸다가도, 바닥으로 넘어지기 일쑤. 그 와중에도 아빠 머리를 밟고, 배 위로 기어오르고...

아주 어두운 방이었지만 활짝 웃으며 내 눈 앞에 얼굴을 들이 민 우재 얼굴도 생생히 보였다. 유준이 특유의 웃음소리와 장난도 함께. 별거 아니지만, 이게 아이들이 준 가장 큰 선물같다. 나를 보고 저렇게 조건없이, 해맑게 웃는 존재가 그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뒹굴다 다 같이 잠이 들었고...난 맥주 먹을 타이밍을 놓친채 밤 12시에 다시 깼다. 그래서 난데없이 우유와 카스테라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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