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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an 16. 2017

이건 다 유준이 때문이야

2017.01.16

새벽에 아내의 배를 밟았다. 

아내는 '악'소리를 질렀지만, 다행히 큰 이상은 없는 듯 하다. 

아내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사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다 유준이 때문이다. 


시간은 새벽 6시10분쯤, 밤새 칭얼대는 유준이 소리에 잠이 깼다. 며칠전부터 감기와 싸우고 있는 유준이는 열은 잡혔지만, 코가 막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제 12개월을 갓 넘긴 아가가 참고 자기에는 너무 큰 고통. 

유준이가 자지 못하니 아내도 잠을 못잤다. 애들 매트리스에 누워 유준이를 안아줬으나, 유준이의 칭얼거림은 잦아들지 않았다. 속없이 자던 나도 그때는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쌍둥이들은 세트로 입혀야 제맛


유준이를 받아 안았다. 재워보려 했으나 유준이는 여전히 힘들어했다. 서서 안아주면 조금 편안해했으나, 내가 앉거나 누우면 다시 칭얼거렸다. 

우재가 깰까봐 유준이를 데리고 거실로 나왔다. 결국 아내도 따라나왔다. 물을 먹여봤으나 먹는 둥 마는 둥, 혹시 배가 고파 그런가 싶어 분유를 타줬더니, 막힌 코를 씩씩 거리며 잘도 먹는다. 아내보고 다시 방에 가서 자라고 한 뒤 유준이를 안았다. 배고픔이 가셔서 그런지 기분이 좋아졌다. 머리를 마구 '휘두르더니' 내 안경에 박치기를 해버린다. 이러다 몇달되지도 않은 안경이 또 날아갈까 싶어 안경을 벗어 소파위에 올려뒀다. 그리고 다시 유준이를 제대로 안았다. 꼭 안고 같이 누우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유준이도 편하게 재울 겸, 나도 출근준비를 할 겸 해서 안방으로 조심조심 안고 들어갔다. 깜깜한데 안경까지 벗었으니 아무것도 보일 턱이 없었다. 우재를 밟지 않으려 살금살금 애들 매트리스로 발을 내리고 들어가 유준이를 눕혔다. 어둠 속에서 보니 매트리스에 아내 이불도 그대로 있었다. 우재 옆에서 그대로 다시 잠이 든 모양이었다. 

침대로 올라 힘차게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아내의 비명소리. 이것이 오늘 아침 사건의 전말이다. 


사실..침대로 점프를 해서 올라가려고 잠시 생각도 했었다. 그러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 정말 큰일 날뻔 했다.  


PS-위 글을 올리자 마자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복으로알아라 말라깽이랑 살면 넌 지금 경찰서다"... 이토록 빠른 1호 독자님의 피드백이라니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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