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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an 25. 2017

불쌍한 그림책 동물들

2017.01.25

이제 둥이들이 말귀를 알아듣는다. 

오늘 오전 출근 전에 둥이들에게 입체그림책을 보여줬다.

외로운 꼬마원숭이가 숲속을 돌아다니며 토끼, 고슴도치, 악어, 돌고래를 만나 친구가 되는 아름다운 내용이다.

특히 악어가 생긴거답게 입체적으로 멋지게 튀어나온다. 

그 그림을 둥이들에게 보여줬더니 우재는 달려들고, 유준이는 도망간다. 

여튼 둘이 재밌어 하길래 계속 보여줬다. 

다른 일을 하려 책을 주고 나왔는데 어느새 돌고래가 바다에서, 아니 책속에서 나와 우재 손에 있다. 

그 정도쯤이야 하고, 우재가 입에 넣으려 할 때마다 바라보며 손으로 엑스표시를 했다. 입으로도 먹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알아들었는지 내가 말하면 입으로 가져가던 손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몇번을 반복했다. 

다시 다른 일에 몰두하다 우재를 바라보니 입을 오물거리며 뭔가를 씹고 있다. 그리고 손에는 돌고래 반토막. '우재야'하고 크게 부르니 몸을 떨며 놀란다. 달려들어 입에 있는 것을 꺼냈다. 역시나 돌고래. 손에 든 것도 빼앗았다. 그리고 입체 그림책은 압수. 

입체그림책이 우재와 유준의 손에 수모를 당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와일드'하기로는 문래동 제일인 사촌누나(윤꼭)의 손에서도 무사했던 책이, 둥이들에게 온지 며칠만에 너덜너덜해졌다. 

세상에서 제일 빠르게 달리던 치타는 뒷다리 두짝을 뜯겨 더 이상 달릴 수 없게됐고, 농장의 마스코트였던 황소는 눈알을 뽑혔다. 풀밭을 뛰어다니던 토끼는 하늘로 날아갔고, 곤충왕국의 제왕 사마귀는 대가리가 뜯겨나갔다...그리고 사라졌던 치타의 꼬리는 우재의 입속에서 발견됐다. 종이는 이미 다 소화됐고 비닐만 남은채로...


RIP 종이 동물들.


 

너무 참혹해서 그림책 사진은 올리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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