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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13. 2017

대화가 통하는 둥이들

2017.04.13

둥이들의 성장 속도는 가끔 아빠의 예상을 아주 가볍게 뛰어넘는다.

특히 육체적인 성장보다 정신적인(지능적인?) 성장은 하루하루가 달라 아침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아직 말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이제는 웬만한 말은 다 알아듣는 것 같다.

부엌쪽에 있는 장난감을 가리키며 가져다 달라면 가져다 주고, 텔레비전을 너무 가까이서 보고 있어 벽쪽에 있는 아기소파에 앉으라고 손짓하면 바로 소파로 간다.(물론 우리 장난꾸러기 유준이는 다시 텔레비전으로 달려가지만)

의사표현도 아주 확실하다. 요즘 우재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식탁으로 달려가 식빵봉지를 들고 온다. 얼른 풀어서 식빵을 잘라 달라는 이야기. 또 빵을 먹다가 목이 막히면 "물, 물"이라고 외친다.

사촌 누나가 물려준 뽀로로 가방을 등에 채워달라고 하고, 또 다른 뽀로로 가방은 유준이에게 채우라고 아빠에게 지시하기도 한다.

유준이는 커다란 장난감 통을 낑낑 대며 들고와서는 뚜껑을 열어 달라고 하는게 특기. 뚜껑을 열어주면 또 혼자 닫아보겠다고 낑낑댄다.


백화점 장난감 코너에서 자가용을 시승하고 있는 둥이들. 얼른 운전면허를 따야 아빠 술먹으면 대리운전을 시킬텐데...


오늘 아침에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얼마전 엄마가 사준 '치카치카 사운드북'은 요즘 우리집에서 제일 '핫'한 신상 장난감이라 경쟁이 치열한데, 대개 힘이 더 센 우재가 차지하기 마련이다.

오늘도 우재가 치카치카를 갖고놀고, 유준이는 옆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은유가 아니라 진짜 손가락....). 그래서 우재에게 "우재야, 우재야, 이제 유준이에게 양보해 주면 안돼? 우재는 많이 가지고 놀았는데 유준이는 한번도 못했네. 유준이 좀 주면 안될까"라고 얘기했다. 사실 얘기를 하면서도 별 기대는 안했다. 그러나 왠걸 우재가 유준이에게 치카치카 칫솔을 턱 하고 내미는 것이 아닌가. 유준이는 이게 왠 횡재냐 하고 받아들고 신나게 치카치카.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제 둥이들과 대화가 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양보의 개념도 알고 있다는 것 아닌가...물론 5분도 되지 않아 우재는 다시 힘으로 치카치카를 차지하긴 했다.


우재는 또 아침내내(아빠가 출근하기 까지) 한번도 손가락을 빨지 않았다. 하도 빨아대 한쪽 엄지손가락이 부풀어오를 지경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본인이 아파서 스스로 깨달은 건지, 아님 엄마아빠의 '잔소리'를 이해한 것인지 단 한번도 손을 입에 가져가지 않았다.(물론 유준이는 열심히, 하던대로 쪽쪽)

   

요즘은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를 읽고 있다. 둥이들 덕분에 아침에 10쪽 읽는 것도 버겁지만 나름 재밌다.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우리집에 사는 15개월짜리 두 사피엔스. 역시 책보다는 실사, 그리고 내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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