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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23. 2017

앓고 또 앓는 둥이들

2017.04.23

잠이 살짝 들었을까. 아내의 나즈막하지만 다급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뭐지. 이상한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둥이들이 아이스캐슬(둥이들의 잠자리)를 넘어 침대로 오다가 떨어졌나"

눈을 비비고 보니 어둠속에서 아내가 유준이를 안고 있다. 그리고 연이어 들리는 유준이의 토하는 소리. 아내는 유준이가 놀랄까봐 "괜찮아, 괜찮아. 별거 아니야"라고 달래고 있었지만, 소리만으로도 얼마나 많이 토하는지 알수 있었다. 

대충 다 토하게 한 뒤 아내가 유준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래서 일이 끝났을까. 아니지. 우리는 쌍둥이 집이니까. 우재가 그 옆에서 자고 있었다. 

다행히 우재에게는 유준이의 토사물이 튀지 않았다. 손으로 대충 만져보니 유준이가 자던 쪽 요와 베개에는 온갖 알갱이가 가득....아침에 먹은 고등어부터 저녁에 먹은 분유와 약까지. 몽땅!!!

손을 씼고와 우재를 살짝 옆으로 옮긴 뒤에 요를 걷어 돌돌말았다. 그리고 빨아둔 요를 깔고 우재를 원 위치. 

그 사이 유준이는 엄마품에 안겨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다. 15개월짜리 꼬맹이가 온몸으로 토를 했으니 얼마나 괴로울꼬. 안다, 아빠도 술 먹고 위액까지 토해봐서 다 안다. 

마른 수건으로 대충 닦아낸 뒤 옷을 갈아입혔다. 유준이가 엄마에게 떨어지려 하지 않아 아내는 유준이를 안은 채 옷을 갈아입었다. 토사물들이 흩어져있는 부엌바닥을 대충 치우고 나서야 일단 상황 끝. 다시 우리 네 식구는 잠이 들었다....? 아니다. 뭔가 큼큼한 냄새가 나서 보니 우재는 설사 중. 씼기면 잠이 깰까봐 물티슈로 처리해서 다시 재웠다. 


"여보세요? 병원이죠? 여기 장염환자 2명이 있는데요"...사실 위 사진은 장염앓기 전에 찍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다.  유준이가 갑자기 토한 것이 화요일(18일) 낮, 바로 병원에 다녀왔는데 의사는 원인을 잘 모르겠다 했다. 유준이는 밤 새도록 먹은 것 없이 구토만 했다. 장염인가 싶었지만, 혹시 다른 병은 아닐까 걱정 또 걱정. 수요일 저녁 야근하는데 우재가 갑자기 토를 했다는 아내의 카톡.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었다. 전염이 된 것을 보니 장염이 맞는 것 같고, 그렇다면 큰 병은 아니니.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보니 우재는 아내 품에 안겨 온몸의 수분을 다 토하고 있었다. 꺼억꺼억 괴로워하는걸 보니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진짜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다행히 둥이들은 목요일부터 조금씩 차도를 보였다. 금요일에는 더 좋아졌고 유준이는 엄마를 졸라 외출도 다녀왔다. 토요일에는 오전에도 나가고, 오후에도 나가고...밥도 많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으로 먹고...그때 방심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마도, 기름기 많은 분유까지 먹고...이도 닦은 것이 모든 것을 리셋시킨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출근해 일을 하다 아내에게 전화해보니 둘다 힘은 없지만 놀이터에서 잘 놀고 있단다. 비록 우재는 열심히 설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며칠지나면 다시 회복되겠지. 그리고 엄마는 더 파김치가 되겠지.


부모는 아이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아이가 아픈 것도, 슬픈 것도 다 부모탓이다. 아이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래서 때로는 아빠란 자리가 참 무기력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 노력해야 하고, 한번 더 아이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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