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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Mar 31. 2017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유준아

2017.03.31

요즘 유준이가 자꾸 사람을 때린다. 

물론 일부러 누군가를 위협하기 위해서는 아니고, 손에 든 무언가를 휘두르고, 그걸로 또 무언가를 두드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얼마전에는 손에 든 장남간 휴대전화로 잘 놀고 있는 서영이 누나의 머리통을 아주 세게 2~3차례나 내리쳤다. 그것도 모서리로. 다행히 서영이가 누나로서 아주 큰 인내심을 발휘해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옆에 있던 내가 바로 붙잡아 눈을 보며 야단을 쳤지만, 이 녀석은 딴청을 부린다. 아빠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만 친다. 


그제 아침에는 손에 든 프라스틱컵으로 우재를 때렸다. 다시 붙잡고 야단을 쳤다. "홍유준, 손에 든 걸로 우재든, 서영이 누나든, 엄마든, 아빠든 때리는 건 안돼. 맞은 사람이 '아야' 하잖아. 그건 안돼"라고 눈을 보며 아주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역시나 유준이는 또 딴청. 


요즘들어 쌍둥이들이 말귀를 잘 알아들어 아주 귀여워 죽겠는데, 유준이는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진짜 모르는 것인지, 야단 맞을 때만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야단을 쳐야 하는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지 고민이다. 


유준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김혜자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빠도 절대 둥이들을 힘으로 제압하며 키우지는 않을 테니, 너도 절대 누구든, 때려서는 안된다. 알겠냐. 물론, 힘이 더 센 우재도 마찬가지. 


벌써부터 둥이들 군대 보낼 일을 걱정하는 엄마는, 둥이들 머리를 해병대처럼 깎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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