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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un 06. 2017

잭과 라이언을 기억할 수 있을까

2017.06.06

유준이는 잭, 우재는 라이언??

위 사진에서 둥이들이 안고 있는 인형은 잭과 라이언이다. 솔직히 누가 잭이고 누가 라이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둘이 잭과 라이언이란 것만 아빠는 안다. 사실 이름도 없는 녀석들이었는데 이탈리아에 사는 사촌형이 화상통화를 하던 중 지어줬다고 한다.


저 인형은 아내가 둥이들을 임신했을 때 만들었다. 주소재는 양말이다. 난 예쁘고 귀엽던데 아내는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서랍장 위를 차지하고 있다가 어느순간 서랍 속으로 사라졌다.


잭과 라이언이 다시 빛을 본 날은 얼마되지 않았다. 아내가 서랍을 정리하면서 '버릴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아이들도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직접 만든 인형이라 버리기는 아까워 아이들에게 한번 줘봤는데 순식간에 '베프'가 되었다. 한동안은 잘때도 안고 잤다. 


얼마전 잭과 라이언은 수난을 맞았다. 너무 더러워져서 한참을 세제 물 속에 담가졌다가 세탁기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내의 전언에 따르면) 드럼세탁기 안에서 빙글빙글돌고 있는 잭과 라이언을 둥이들이 보고 말았다. 울고불고 꺼내라고 난리난리. 아니 잭과 라이언의 얼굴에 체리물을 잔뜩 묻혀서 '피철갑 사이코패스'처럼 만든게 누군데!!! 여튼 그래서 잭과 라이언은 다 마르지도 못한채 다시 둥이들 품으로 갔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수많은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버린다. 갓난쟁이때는 물고빨고 하던 장난감을 어느 순간부터는 돌아보지도 않는다. 또 지난주까지만 해도 심드렁해하던 장난감을 어느날부터는 신나게 갖고논다. 


잭과 라이언도 언젠가는 비슷한 운명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억은 해줬으면 좋겠다. 엄마가 둥이들을 품고 있을 때, 둥이들을 생각하면서 한땀한땀 만든 인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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