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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ul 16. 2017

둥이들아, 지금처럼만

2017.07.16

쌍둥이라서 좋은 점, 둘이라서

쌍둥이라서 안 좋은 점, 둘이라서

아마 쌍둥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 글에 많이들 동감할 듯 싶다. 

둥이들은 날 때부터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인형도, 터닝메카드도, 신발도, 색연필도 똑같은 것으로, 혹은 색깔만 다른 것으로 2개씩 사주지만, 결코 2개가 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엄마다. 


평소에는 우재가 엄마 껌딱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엄마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고, 눈에 안보이면 찾느라 난리다. 상대적으로 유준이는 엄마를 덜 찾는다. 항상 우재가 엄마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다른 장난감도 잘 양보하는 것으로 봐서는 성격 자체가 좀 '쿨'한 것 같다. 


주말에 유준이가 열이 났다. 해열제를 먹고 나면 잠시 열이 내렸지만 이내 다시 올랐다. 결국 병원에 가서 항생제 처방을 받아왔다. 

열이 나니 평소 유준이 답지 않게 움직임이 확 줄었다. 자꾸 누우려고 하고, 엄마한테 안겨있으려고만 했다. 신기하고도 기특한건, 유준이가 엄마를 찾으니 우재는 엄마 품을 덜 찾는다. 

원래 유준이가 엄마에게 안겨있는걸 보면 우사인 볼트처럼 뛰어와 엄마 바지춤을 끌어당기는데 유준이가 아픈걸 아는지 모르는지, 주말에는 '덜' 그랬다. 

그렇다고 엄마에 대한 애정이 식은건 아니다. 어제 상도동 할머니댁에서는 무선 물걸레 청소기를 신나게 갖고 놀다가 유준이가 달라고 하니 냉큼 넘겨준다. "어? 왠일이지?"하고 보는데, 엄마품이 비자마자 바로 달려들어 차지한다. 그 틈을 노리려고, 물걸레 청소기를 넘겨준 것인지, 넘겨준 다음에 보니 빈 틈이 보여 달려든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신기한 노릇이다. 


유준이가 열이 나서 누워있는 동안 우재는 유준이 몫의 고기까지 몽땅 해치웠다.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재가 유준이의 평소같지 않은 몸 상태를 알고 챙기고 있다는 것. 더 확실한 것은 그래도 우재는 유준이가 남긴 고기를 몽땅 챙겨먹을만큼 자신의 본성은 잊지 않고 있다는 것. 


둘은 앞으로도 경쟁을 이어가겠지만, 지금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눈치도 봐가며, 상황도 봐가며 서로를 챙길 것이다. 엄마아빠가 나중에 세상에 없을 때에도, 태어나자 마자 만나 함께 자라온,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진심으로.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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