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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ug 07. 2017

다 싫다는 우재, 일어나라는 유준이

2017.08.07

지난 주말에는 우재에게 화를 낼 뻔했다.

우재는 신중하고, 밥도 잘 먹어서 이쁘지만 고집이 참 세다.

특히 싫은 건 명확하게 싫다고 의사표시를 한다.

그런데 가끔은...아니 자주인가, 여하튼 무조건, 뭐든지 싫다고 할 때가 있다.

지난 토요일, 기저귀에 똥을 싸고도 씻으러 가자고 하면 도리도리, 밥 먹자고 해도 도리도리, 산책 나가자고 해도 도리도리, 그럼 엄마랑 집에 있을거냐고 물어도 도리도리. 오직 원하는 건 하루종일 엄마가 안아주는 것 뿐. 나머지는 다 도리도리. 특히 아빠는 무조건 도리도리. 

토요일 저녁, 자기 전에 산책을 하러 나가는 길, 유준이는 진작에 유모차에 타서 벨트까지 메고 있는데 우재는 한참을 속을 썪였다. 날은 덥고, 짜증은 나고. 그래도 언성은 안높이려 했지만 얼굴에는 다 티가 난 모양. 아내는 "오빠 게이지 올라가더라"며 웃었다.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 하루종일 혼자 둥이들을 보는 아내에게 그 정도는 새발의 피였을테니

콩순이 동영상으로 우재를 간신히 꾀어 유모차에 태웠고, 우여곡절 끝에 재우는데도 성공. 자는 모습 보니 또 이렇게 착한 녀석이 없다 싶기도 하다. 

2017년 8월7일, 엄마에게 하트 만들기를 배우다. 좌 우재, 우 유준. 


그렇다면 우리 유준이는 어떤 아이인가.

유준이는....하루에 '잉어나(일어나)'를 200번쯤 한다. 엄마가 누워있는 꼴을 못본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침대로 달려와 엄마에게 '잉어나', 아빠가 소파에 늘어져 있으면 쪼르르 와서 또 '잉어나'. 앉아서 안고 있으면 일어나서 더 높은 곳을 보여달라며 '잉어나'...다행인지 불행인지 요즘은 제일 잘 놀아주는 막내이모에게 집중적으로'잉어나'(처제 지못미...)

최근에 발견한 신기한 버릇이 또 있는데, 유준이는 불안하면 입으로 오른손가락을 빨고, 왼손으로는 바지의 라벨을 만지각 거린다. 그래서 라벨이 없는 바지나, 바디슈트를 입으면 가끔 '멘붕'이 오곤한다. 보통 수건이나 담요, 인형 등이 대상인 애착물건이 유준이에게는 바지 라벨인셈. 지금이야 엄마가 라벨있는 바지를 챙겨서 입혀주니 별문제 없는데, 나중에 라벨이 안에 들어가 있는 어린이용 바지를 입으면 어찌하려나. 손가락 빠는 버릇과 함께 사라질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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