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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Dec 07. 2017

아빠는 믿는다.

2017.12.07

이번주 갑자기 휴가가 생겼다. 해가 바뀌기 전에 연차휴가를 다 소진해야 했기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월~수를 쉬게 됐다. 그래도 황금같은 휴가를 그냥 보낼 수 없어, 부랴부랴 일정을 짰다. 월요일은 롯데월드, 화요일은 김포공항 전망대, 수요일은 내 건강검진으로 그냥 휴식.

롯데월드는 아이들은 무료입장이다. 36개월 이하 이므로. 대신 엄빠가 입장권이나 자유이용권을 사야한다. 자유이용권 가격이 무려 5만5000원!!!!. 아내가 할인신공을 발휘해 그보다 싸게 사긴 했지만(입장권만 사면 더 비쌈), 어차피 우리가 저 자유이용권으로 바이킹이나 청룡열차를 탈 것도 아니고....

유준이는 아빠와 함께 회전목마를 탔다. 우재는 무섭다고 거부. 모노레일은 네 식구가 다 함께. 그리고 간 인형극에서는 돼지가 나오자마자 우재가 울어서 아내와 통시 퇴장. 유준이는 아빠와 함께 끝까지 관람. 토끼가 나오면 깡총깡총을 하고, 공주가 나오면 '하마'라고 외치면서

다행히 퍼레이드는 둘다 재밌어했다. 아이들이 춤도 추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니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둘째날은 비행기보러 김포공항으로. 공항공사 6층 전망대는 무료이고, 직원주차장도 이용 가능하다는 정보를 검색으로 입수. 아주 작고 단촐한 말 그대로 전망대였지만 둥이들이 보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그리고 TGI에서 양식. 빵도 버터에 찍어먹고 고기도 먹고, 스파게티도 먹고...1년전쯤 아이들과 패밀리레스토랑에 갔을 때에는 빵가루로 식탁을 초토화시키는 바람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고, 나오기 전에 치우느라 또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비교적 잘 먹었다. 자꾸 포크랑 숟가락을 떨어뜨리긴 했지만 바닦도 양호했고, 다른 사고도 없었다. 그새 또 그만큼 컸나보다. 신통방통한 녀석들.


난생처음 롯데월드 퍼레이드를 본 쌍둥이들의 뒷태, 그리고 비행기에게 삿대질을 하는 우재.


요즘 우재가 밤마다 깨서 운다. 검색해보니 야경증인 것 같다. 2시간이 지나면 다음 수면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때 깨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심하면 상담을 받아야 할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크면서 없어진다고 나와있다. 그래도 볼 때마다 안스럽다. 울기 시작하면 엄마도 잘 못알아보는거 같다. 그런데 아빠는 알아본다. 귀신같이 알고 가라고 한다..대신 엄마 오라고. 

낮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데, 낮에는 잘 논다. 물론 안씼겠다고 엄빠랑 실랑이를 할 때도 있지만, 밥도 잘먹고 잘 노는 편이다. 그러나 밤에는 잠 든지 2시간쯤 지나면 여지없이 깨서 통곡을 한다. 

참 신기한건 우재가 악을 쓰며 울 때 유준이는 옆에서 뒤척거리면서도 끝까지 잔다. 어릴때는 같이 깨서 울었지만, 지금은 나름 노하우를 터득한 듯 하다. 대단한 녀석이다.

둘은 때로는 싸우면서, 때로는 심한 장난으로 야단도 맞으면서 같이 크는 중이다. 그래도 먹을게 생기면 가져다주기도 하고, 인형도 찾아주면서 상대방을 챙긴다.(물론 먹을 것 때문에 싸울때가 더 많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 쌍둥이가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주 가끔이지만 ㅎㅎ


참참, 둥이들의 어린이집 입학이 확정됐다. 내년 3월이다. 유준이 혼자만 갈 위기였으나 극적으로 자리가 하나 더 생겼다. 막내 이모는 어린이집 갈 우재 걱정에 잠을 못잤다고 한다. 조금만 낯선데 가도 엄마 품을 찾은 우재가 잘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인건 유준이가 우재 곁에 있다는 거. 믿는다 유준아, 그리고 우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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