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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Oct 23. 2017

담대해져라, 우재야.

2017.10.23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나를 닮는다. 당연한 일인것 같지만 볼 때마다 신기하다.

닮지 말았으면 하는 것도 닮는다. 못생긴 부위라든가, 약한 장기라든가, 못된 성격이라든가.

나는 주변 변화에 엄청 민감하다. 그러면서 남들 이직만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출입처 변경을 1~2년에 한번씩 하는 기자질을 하고 있는것도 참 신기하긴 하다만..

여튼, 주변에 변화가 생기면 그걸 금세 알아채고, 몸도 마음도 흐트러진다. 그래서 난 일상이 참 중요하고, 평정심 같는 것이 지상 과제다. 그러나 안된다.


불행하게도 우재가 내 이런 점을 꼭 닮은거 같다.

어제 둥이는 이종사촌 누나와 함께 실내 놀이터를 갔다. 그곳에는 요즘 우재가 죽고 못사는 포클레인이 있다. 실제로도 움직이는.

포클레인 운전석에 앉혀주니 긴장하긴 했지만 매우 좋아하는 눈치였다. 여기저기 아빠 손을 잡고 재밌게 잘 놀았다. 대략 20분쯤.


엄마와 함께 냉장고, 세탁기를 사러 간 둥이들. 우재의 사과머리는 아마도 본인이 요구했을 것이다.


문제의 시작은 같이 있던 아빠에게 전화가 온 것이었다. 출입처 전화였고, 그 내용을 다시 회사에 있는 부장에게 보고해야 했다. 좀 복잡한 내용이라 카톡을 통해 링크도 보내야했다. 여튼 그 동안 우재를 어디가지 못하게 꼭 붙잡고 있었다. 거기서 우재는 느꼈을 것이다. '오늘 뭔가 이상하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크게 문제는 없었다. 대형사고는 아빠인 내가 볼풀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우재는 허둥지둥대며 휴대폰을 찾아헤매는 아빠에게 안겨 이리저리 끌려다녀야했다. 다시 엄마에게 갔지만, 엄마 혼자 둥이들을 다 데리고 놀수는 없으니, 또 억류상태. 아빠가 10분만에 휴대폰을 찾아오긴 했지만 우재는 몸도 마음도 다 흐트러진 상태가 되버렸다.


노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유준이는 다시 신나게 놀기 시작했지만, 우재는 영 컨디션이 되살아나지 않았다 개구리 잡기를 해도, 그 좋아하던 포클레인에 앉혀도 시큰둥. 누나와 함께 기차를 태워도 긴장하기만.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얼굴에 열꽃이 핀줄 알 정도.


아빠는 딱 이런 점만 안닮으면 하는 단점을 우리 우재는 그대로 가져가버렸다. 나랑 똑같이 긴장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참 딱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다행히 집에 와서 목욕하고 다시 잘 놀긴 했지만.


우재야 담대해지거라. 아빠도 노력하마. 그리고 유준이는 지금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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