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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Dec 18. 2017

또, 남 일 같지 않은 슬픔

2017.12.18

집에서 멀지 않은 이대 목동병원에서 그제 슬픈 일이 일어났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아가들 4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의술이 발달해 30주 미만으로 태어나도 손쉽게 살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수가 없다.

오늘은 아가들을 부검한다고 한다. 수습기자시절 부검을 참관해봐서 그게 어떤일인지 잘 알고 있다. 부검을 받기 위해 떠나는 아이들은 작은 상자에 담겼다. 엄마, 아빠가 그 상자를 들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향했다. 


2016년 1월2일, 그러니까 둥이가 태어난 날. 분만실 앞에서 한시간쯤 기다려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었고 함께 신생아실로 향했다. 다행히 모두 건강해보였다. 그런데 잠시 뒤 의료진이 보호자를 찾았다. 유준이가 자가호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단 호흡을 도울 수 있는 헬멧을 씌워놨는데, 두고 봐야 한다며 입원수속을 밟아오라고 했다. 

토요일이라 정식 원무과는 문을 닫고, 응급실에 딸린 원무과만 문을 열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입원서류를 쓰는데 아이 이름을 쓰는 칸에서 손이 멈췄다. 아직 이름도 없는 생후 1시간짜리 아이의 입원수속을 하고 있으려니 눈물이 나려 했다. 

병원에 가기전에 누군가 해준말인지, 아니면 어디서 본 글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이를 낳으러 갔을때 아빠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아이를 낳고 정신이 없을 것이기에, 아빠라도 정신줄 놓지 말고 있어야 무슨 일이든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추스리고 입원수속을 밟았다. 서류를 떼어서 신생아실로 올라왔는데 아이들 찍으려고 가져온 카메라가 보이지 않았다. 서류를 넣고 다시 카메라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카메라는 내가 들고 다니던 가방에 있었다. 아무리 정신을 놓치 않으려 해도 정신 차리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유준이는 금세 자가호흡을 시작했다. 헬멧을 쓴 모습은 볼 수도 없었다. 


나도 그때 상황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지금 어떨지...아마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짧은 생을 보내고 하늘로 돌아간 아이들의 명복을 빈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에게는 어떤 위로도 필요 없을테니..참 할말이 없다.  


태어나자마자 아빠를 잔뜩 긴장시켰던 홍유준군(사진 왼쪽)은 지금 누구보다 많이 뛰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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