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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Jan 05. 2018

두돌이 됐어요

2018.01.05

지난해 돌잔치에 이어 올해도 쌍둥이들의 생일잔치는 1일에 열렸다. 2일이 휴일이 아닌 이상 바로 전날이 '빨간날'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있다. 쌍둥이들의 생일잔치가 어른들의 '신년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제도 그랬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큰이모와 이모부, 막내 이모와 이모부, 이종사촌 형들과 누나, 여기에 이모할머니와 5촌 이모들까지. 엄마아빠를 제외하고도 총 12명이 쌍둥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그리고 잠깐 축하를 한 뒤에 수산시장에서 방금 사온 회와 소고기로 어른들의 신년회가 더 크게 열렸다. 내년부터는 생일케이크를 2개에서 1개로 줄이는 등 축소가 되긴 하겠지만 사실 나쁠 것은 없다. 쌍둥이들은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좋고, 어른들은 즐겁게 신년을 맞이해서 좋고.


준비한 풍선은 어디에...


여튼...올해 두돌잔치까지는 특별히 챙겨주기 위해 우재가 주문한 타요케익과 유준이가 주문한 아이스크림 케익을 모두 준비했다. 엄마는 전날에 테이블 장식용 풍선도 미리 불어뒀다.

그러나 이날 생일축하 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먼저 아빠가 케익을 잘못 사왔다. 파리바게뜨에서 타요케익은 무사히 샀는데, 이어 아이스크림 케익을 사러간 베스킨라빈스 문이 닫혀 있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곧 주인이 나타나 문을 열었지만, 한번 멘붕에 빠진 아빠의 뇌는 계속 혼란에 빠져있었다. 이왕이면 쌍둥이들의 사촌누나 서영이도 좋아하는 '쿠키 앤 크림'이 들어가 있는 케익을 산다는 것이, 서영이가 좋아할 것 같은 공주케익을 사고 만 것....아차 싶었지만 이미 케익을 차에 싣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되돌리기도 쉽지 않았다. 공주 케익을 본 엄마와 이모들은 경악...


막내이모가 준비한 유준이 '취향저격' 드럼세트.  우재 발 아래로 생일상에 올라가지 못했던 풍선이 뒹굴고 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케익에 '2'자 모양 초를 꼽고 행사를 해야 하는데...초가 하나 뿐이다. 일단 우재 케익에 초를 꼽아 행사 진행, 사진촬영, 그리고 다시 유준이 케익으로 초를 옮겨 2차 촬영. 그런데 유준이가 초를 잘 끄지 못한다. 반면 우재는 너무 잘 끈다. 유준이 케익의 초를 우재가 계속 끄는 바람에, 결국 유준이는 초도 못끄고 행사 종료.

그래도 사진은 잘 나왔다 싶어 만족하려는 찰나..생일상이 뭔가 허전하다. 전날밤에 불어놨던 풍선은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어쩐지 뭔가 없어보이더라니...


소파에서 이불덮고 놀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빠엄마를 쏙 빼닮았다.


해프닝 끝에 쌍둥이들의 생일잔치는 무사히 끝이 나긴했다.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는 유준이와, 어설프게 따라추는 우재. 어른들이 박장대소했고 둥이들도 신이 났다. 이어진 회 잔치와 술 퍼레이드에 아빠가 소파에서 잠든 것은 비밀...


어느새 2년이다. 기는가 싶던 둥이들은 이제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엄마' 소리를 해서 모두를 놀래켰던게 언젠가 싶게 지금은 문장을 만들어 의사표현을 한다.


아쉽게도 2년이 지나면 없어지길 기대했던 우재의 음낭수종은 그대로라 결국 수술을 받아야하지만, 그간 크게 아픈데 없이, 응급실 한번 간 일 없이 무탈하게 자라줬다. 고맙다. 둥이들, 그리고 둥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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