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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Feb 02. 2018

우재, 수술을 받다.

2018.0202

우재가 드디어 수술을 받았다. 

결국 우재의 음낭수종은 저절로 정상화되지는 않았다. 

수술당일인 1월30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씼고, 운동을 하고 아내가 준비를 하는 동안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와 히터를 켜고 아파트 1층 현관에 대놓은 뒤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어느새 일어난 우재는 새벽에 깨웠는데 울지도 않고 옷을 입었다. 병원에 가자고 안으니 저항없이 안긴다. 이럴 때 보면 우재는 참 순하디 순한 아이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도착하니 6시반, 바로 당일입원실로 가서 수속을 밟았다. 방은 2~3개 뿐이고 나머지는 커텐으로 구분된 병상인데, 우리 우재가 어려서 그런지 방을 배정해줬다. 

환자복으로 갈아입히고 나니 간호사가 수액을 갖고 들어왔다. 드디어 우재 병원생활이 시작되는 순간. 오른손 등에서 혈관을 찾아 바늘을 꼽았다. 긴장한 탓인지, 잘 참은 것인지 우재는 울지도 않았다. 그런데 혈관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결국 오른발에 다시 시도. 이번엔 바늘이 제대로 들어갔으나 우재가 울기 시작했다. 사실 25개월짜리 아이가 바늘을 꼽으면서 안우는게 더 이상하다. 

아내가 우재를 달래고 다시 기다리기 시작했다. 병원에 온 기념사진도 찍고, 텔레비전도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니 시간이 제법 갔다. 

우재를 수술실로 데려가기 위해 이동침대가 병실 앞으로 왔다. 아내가 우재를 안고 침대에 같이 올랐다. 나도 수술실 앞까지 같이 갔다. 둘을 수술실로 들여보내고 앞에서 잠시 기다리니 아내가 혼자 걸어나왔다. 안에서 우재는 수면마취를 먼저 당한 뒤 홀로 수술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이에게 전신마취를 먼저 시행하려면 어려움이 있으니 잠을 재우는 듯 하다. 


아내와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수술이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담당의사는 수술이 깔끔하게 됐다고 한다. 마취에서 깨기까지는 30~40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아내와 병원 1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커피와 빵. 먹고 올라가니 바로 연락이 왔다. 우재가 나올 시간이 됐다. 수술실 앞에서 조금 기다리니 저 멀리서 침대가 하나 나온다. 우재다. 직원들이 미는 침대에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혼자 일어났을 때 무서워하면 어쩌나 했는데 마취가 덜 깬듯 하다. 다행이다. 아내가 먼저 가서 안았다. "우재 힘들었지. 잘했어. 다 끝났어"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수술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는데 집에 가기까지는 한참이 더 남았다. 보통 전신마취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는 힘껏 숨을 불어넣는 도구(이름이 뭐지?)를 쓰는데, 어린아이에게는 쓸 수 없다. 마취가스가 빠져나오도록 등과 가슴을 1시간 이상 두드려줘야 하고, 무엇보다 주구장창 울려야 한다. 

우재가 1시간 가까이 울면서 엄마 아빠에게 두드려 맞더니(특히 등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새벽에 일어났으니 그럴법도 하다. 간호사에게 달려가 물었더니 절대 자면 안된다가. 더 울리란다. 

졸고 있는 우재를 깨워 약을 올렸다. 우재는 이제 짜증을 내면서 운다. 어쩔수 없다. 

이번에는 열이 나기 시작한다. 간호사는 상의를 벗겨 물에 적신 가제수건으로 닦아주고 걷게 하라고 했다. 한참 가제수건 마사지를 한 뒤 데리고 나갔다. 우재는 안아달라고 할 뿐 걸을 생각이 없다. 몇번의 실랑이 끝에 우재가 걷기 시작했다. 수액 주사를 오른발에 꼽은 터라 신발도 한짝만 신었지만, 열심히 걸었다. 분신과 같은 강아지인형(a.k.a 지붕이)을 손에 꼭 쥐고 걸으니 보는 사람마다 잘 걷는다고 칭찬한다. 

열도 내렸지만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소변을 봐야한다. 물을 먹이고, 걷고, 주스를 먹이고 또 걷고...한 10번쯤 기저귀를 확인했지만 소식이 없다. 수술한지 4시간이 넘게 지난 오후 1시20분쯤...드디어 우재의 기저귀가 촉촉하게 젖었다. 

우재는 차에 타자마자 '떡실신'했다. 집에 돌아오니 유준이는 외할머니, 큰이모와 함께 잔치를 벌였다. 밥에 과자에 과일에 온갖것들을 다 먹고 신이 났다. 우재를 보니 더 신이났다. 심심하면 장난을 치고 우재 장난감을 집어던져서 울리지만, 또 형제라고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더 열이 날 수도 있고, 문제였던 오른쪽 음낭이 부을수도 있다고 했지만 우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지낸다. 약도 비교적 잘 먹는다. 다음주 수요일 병원에 가서 수술부위를 한번만 더 체크하면 당분간 걱정할 일은 없을 듯하다. 우리 우재와 유준이가 좋아하는 표현을 쓰자면 '엄마, 아빠, 콩유둔, 콩우대...모두모두~' 참 잘했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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