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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Sep 28. 2018

상도의 없는 유준이

2018.09.28

지난 추석 연휴 동안 유준이가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어찌어찌해 엄마에게 아이스크림 가게 놀이 세트를 선물 받았는데(우재는 타요에 나오는 지하철 메트), 이를 어찌나 애지중지하는지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았다. 누가 만지면 '내거야'라며 달려오고, 화장실에 '퉤퉤(이닦기 후 입 헹구기)'하러 갈 때도 아빠나 엄마에게 누가 만지지 못하도록 당부를 했다. 

이전에는 너무 갖고 싶은게 없는 아이라 걱정할 때도 있었으니, 저런 의지, 특히 '내 재산 수호' 의지가 생긴 것이 그리 나쁜 일 같지는 않았는데, 문제는 '상도의'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

연휴를 앞두고 목동 사는 막내이모네 놀러갔을 때는 누나 장난감을 신나게 갖고 놀았는데, 정작 누나가 우리집에 놀러왔을 때 그 아이스크림 가게는 빌려줄 수 없단다. 외할머니댁에 있는 누나 장난감을 빌려 써야 할 때는 나중에 자기 장난감도 빌려 줄 것처럼 얘기(근데 생각해보니 확답은 안했...)하더니 집에 와서는 또 입장을 싹 바꿨다. 

이러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여기저기서 상도의를 어겼다며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유준이는 꿋꿋했다. '내것도 내거고, 네것도 내거다'의 현신을 보는 느낌이랄까. 

물론 그런 유준이의 집착이 오래갈 것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지난 휴가 때 에버랜드에서 사준 기린 인형을 잘때도 안고 자던 유준이는 다음날 놀러간 스타필드에서 아기공룡을 사자마자 아빠에게 기린을 맡겼더랬다. 

그래도 이번에는 비교적 오래갔다. 무려 연휴 끝날때까지 5일 이상이 지속됐다. 어제 퇴근하고 집에서 노는데, 유준이가 우재에게 선뜻 아이스크림 가게를 맡겼다. 우재는 신나서 아이스크림 장사하고 유준이는 손님이 되고. 그럼 그렇지...


추석 연휴 마지막날에는 하늘공원을 갔다. 둥이가 생기기 전에 엄마아빠가 데이트하러 가서 책도 읽고 과일도 먹고 했던 곳이다. 운좋게 '원두막'자리도 구했고, 하늘이 더할나위 없이 예뻐서 '문래동 구름 마니아' 유준이는 하늘을 올려다볼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우재도 여기저기 산책을 하고, 강도 구경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아빠가 차 전조등을 켜놓고 내리는 바람에 방전이 되서 마무리가 아쉽기는 했지만 꽤 만족스런 소풍이었다. 


무엇보다 아주아주 예쁜 사진을 하나 건졌다. 평소에는 10분에 한번씩 싸우지만, 또 놀때는 더할 나위없는 친구인 둥이들의 모습을 한장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전망대에서 두 녀석 사진을 찍는데 왠일로 우재가 유준이를 껴안으며 장난을 쳤다. 유준이는 부끄러워 하면서도 킥킥대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이다. 


유준이 손에 든 것은 마트에서 쓰는...바코드 인식기 장난감이다. 저걸로 돌을 계속 찍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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