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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Mar 02. 2020

집이 좋은 둥이들

2020.03.02

아빠가 워낙 '집돌이'인지라 둥이들도 집돌이 기질이 있을 줄은 알았다. 

그러나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지라, 주말에도 어디 놀러갈 수가 없다. 하루 삼시세끼를 꼬박 해다 먹여야 하는 엄마는 정말 죽을 지경이다. 눈치도 없는 쌍둥이는 하루종일 엄마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기분이 좋으면 웃으며 붙어있고, 기분이 안좋으면 징징대며 붙어있다. 


주말에 둥이들을 데리고 동네 공원이라도 가보려 했다. 살살 꾀어봤다. 엄마는 집에서 좀 쉬고, 아빠와 나가서 퀵보드도 타고, 산책도 하고, 젤리도 사먹자고. 그러나 둥이들은 집이 좋단다. 마스크 쓰는 것이 귀찮으니 집에서 놀겠단다. 


다시 꾀어봤다. 자전거를 타자고 했다. 드디어 성공. 토요일 오후에 데리고 집앞 공터로 나섰다. 4발 자전거를 태워봤는데 둘다...역시나 아빠를 닮아 잘 못탄다. '끊임없이 바퀴를 굴려야 해' '앞에 보고' '다리에 더 힘주고' 계속 독려해봤으나, 되려 아이들은 더 지쳐간다. 아빠도 자전거를 잘 못타니 제대로 된 교육이 될 리가 없다. 그냥 아빠는 끊임없이 소리만 지르고, 아이들은 더 주눅이 드는거 같다. 


그래도 운동을 시키고 싶어,안양천을 가보자고 설득했다. 유준이는 퀵보드를 타고, 우재는 걸어서 가겠단다. 타던 자전거를 들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 녀석들 집에서 엄마를 보자마자 마음이 변했다. 그냥 집에서 놀겠단다. 엄마도, 아빠도 그냥 그러라고 했다. 아빠를 닮아서 집돌이인 것을 어쩌겠누...


둥이들은 토요일에는 집 밖으로 나가보기라도 했지만, 일요일에는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엄마가 집에 갇혀있는 것이 안쓰러워 사준 슬라임을 모든 내복과 바닦에 뭍혀가며 놀았고, 수납장에 정리해둔 변신로봇들을 다시 꺼내 온 집안에 널어놓았다. 


그리고 오늘...모든 유치원과 초중고의 개학이 3월23일까지로 2주 더 연기됐다는 소식이 나왔다.OMG


아빠가 아침마다 하는 스트레칭을 따라하고 있는 쌍둥이들. 어렸을 때는 등을 땅에 대기만 해도 울더니, 지금은 등을 땅에 대고도 잘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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