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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Mar 08. 2020

아빠도 자기 싫다

2020.03.08

둥이들은 항상 자기 싫어한다.

하루종일 놀아도 놀 시간이 모자란데, 잠을 자라고 하니 억울한 모양이다. 

아무리 밖이 깜깜해져도 집안에는 불을 켜면 대낮같이 환한데 뭐가 문제인지 싶을거다. 

그때마다 엄빠는 어르고 달랜다. '잠안자면 키 안큰다' '내일 또 놀려면 지금 자야 한다' 물론 '물리적인 방법'도 쓴다. 어제는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잠깐 논 뒤 안양천변을 걸었는데, 집에 오는 길에 일부러 돌아돌아돌아돌아서 왔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칭얼대고, 배꼽시계가 울릴 때까지 걸었다.(그래봤자 총 1시간 남짓...)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샤워를 하고 엄마가 준비해둔 차돌박이와 밥과 두부를 잔뜩 먹고 스스르 잠이 들었다. 이 정도는 해야 아이들은 불만없이 잠(기절?)을 허락한다. 

여튼...둥이들이 잠이 싫다고 할 때마다 난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잠이 얼마나 좋은건데, 아빠는 매일매일 잠이 부족해서 아침마다 커피를 먹는데..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나 역시 잠이 싫은 것은 마찬가지다. 

둥이들이 잠 든 뒤 오랜만에 책이라도 읽을라치면 잠이 쏟아진다. 주말에 영화라도 한편 볼라치면 또 잠이 쏟아진다. 물론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시간만 줄여도 책읽고 영화볼 시간이 더 생기겠지만..그건 사실 불가항력이고;;. 

맞다. 아빠도 잠이 싫다. 잠 안자고 밤새도록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놀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둥이들이 투덜댈때마다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하루종일 놀아놓고도 '하나도 못 놀았다'고 목놓아 외치는 둥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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