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둘러 쌓인 세상
빼빼로데이, 발렌타인 데이 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데이 마케팅은 모두 숫자를 활용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만큼 숫자에 둘러쌓여 살아가고 있고 숫자로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데이터가 중요해진 세상에서는 숫자가 아니면 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기도 하다. 숫자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확성과 신뢰성을 느끼게 해준다. 숫자가 주는 신뢰성을 차용하는 것이 크리에이티브 어프로치 중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브랜드 대상을 받은 애경의 2080치약은 숫자를 활용한 크리에이티브의 대표주자 격이라고 할 수 있다.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유지하라는 의미를 담은 네이밍인데, 세계구강 보건학술대회의 캐치프레이즈 치아건강 8020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작은 숫자가 앞에 나오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2080으로 바꾼 것인데, 이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말했던 강력한 심상을 남기는 네이밍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있다.
빼빼로 데이의 유래
신입사원시절 대홍기획 본부장님이 빼빼로 데이의 유래가 뭔지 아냐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본인이 관여했던 프로젝트 였기에 무척 뿌듯해 하시면서 그 유래를 말씀해 주셨다. 빼빼로 데이의 처음 시작은 영남지방의 여학생들이 11.11일 날씬해 지라고 서로에게 빼빼로 과자를 선물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것을 보고 11.11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빼빼로를 전하는 말로 규정하여 마케팅했다고 한다. 일년 동안 판매되는 빼빼로 매출의 35% 정도가 바로 이 주간에 판매된다고 하니 실로 성공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지금은 그 정도가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 수십년간 빼빼로 데이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켜야 하는 절기로 자리잡았다.
줄무늬는 세 살 젊게 한다
좋아하는 광고 카피 중에 옛날 의류브랜드 광고 카피인데 ‘줄무늬는 세 살 젊게 한다’라는 카피가 있다. 줄무늬는 젊어보이게 한다가 아닌 줄무늬는 3살 젊게 한다라는 규정이 소비자들에게 줄무늬에 대한 호감을 느끼게 하고 해당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게 해준다. 숫자를 활용해 크리에이티브를 높인 감각이 대단하다.
앞에서도 몇 번 언급했던 what to say의 대가이자 광고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 안에서 들리는 가장 큰 소리는 전자 시계 소리이다’라는 카피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자동차 광고를 만들어 냈으며 롤스로이스 판매량을 크게 높였다. 여기에서도 시속 60마일이라는 숫자가 활용되었기에 카피의 말맛이나 매력도가 더 올라갔다고 생각이 든다. 만약 빠르게 달리는 롤스로이스 안에서 라는 카피로 쓰여졌다면 신뢰도나 호감은 훨씬 줄어 들었을 것이다.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신형 롤스로이스
안에서 들리는 가장 큰 소리는 시계테엽 소리이다
데이비드 오길비 롤스로이스 광고
베스킨 라빈스 31에 31이 빠졌다면 다양한 맛이 있어 매일 매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크게 와 닿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숫자는 신뢰성을 주고 설득력을 높인다. 또한 숫자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구체성을 기반으로 한 선호도를 높여준다. 숫자가 주는 매력이다. 우리가 어딘가에 나가서 프리젠테이션 할 때 꼭 자기 주장에는 3가지 근거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 또한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반영된 것이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숫자로 만들어 표현해 보자. 숫자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해당 프로젝트가 어느정도 데이터에 기반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