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 "싫어", "안 해"

우리 아이가 싫어 병에 걸렸어요. 고칠 수 있나요?

by 강은미Eunmi Kang
자율성 발달/통제권 확인/자기 존재감 형성


영유아기 어느 순간부터

무엇이든 싫다고 말하는 시기가 옵니다.

부모에게는 이 시기가 너무 힘들고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보통 18개월에서 36개월 사이,

이 시기에는 무엇이든 싫다고 하고,

심지어 자기가 좋아하던 것조차 거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하지?"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라고 고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발달적으로 매우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싫어”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거절 표현이 전혀 없는 경우,

자율성 발달이나 자기표현 측면에서 추가적인 관찰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고 나면, 훨씬 마음이 편해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1. “싫어”라는 말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한 언어

2. 나는 부모와 다른 존재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신호

3. 의도적인 반항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존중받는지 확인하는 과정

4. 선택권을 가지고 싶고, 과도한 통제를 받고 싶지 않아서 나오는 반응


이런 중요한 이유에서 아이들은

“싫어!”라는 말을 본능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싫어!”는 꼭 배워야 하는 말


"싫어"는 단순히 떼를 쓰기 위한 언어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또는 성장 이후

누군가 자신의 몸이나 경계를 침범하려 할 때,

혹은 달콤한 말로 나를 이용하려는 상황에서

나를 구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선 꼭 할 줄 알아야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싫어"는

자기 보호를 위한 언어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에 적절한 거절 표현을 연습한 아이들이 또래 관계에서 경계를 더 잘 설정하고,
강요나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기 보호를 더 잘 수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싫어”를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정서적·사회적 발달 측면에서

잘 발달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어른들 눈에는

단순하게 "이거 싫다 저거 싫다"로만 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정서와 사회성 발달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나는 부모와 다른 존재

보통 생후 약 5개월에서 24개월 사이,

아이는 개체화 과정을 겪습니다.

(Margaret Mahler의 분리-개체화 이론 참고)


이는 아이가

부모와의 공생적 관계에서 점차 벗어나

독립된 자아를 형성해 가는 과정입니다.


아이는 자기 의지와 경계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단순하고 명확한 거절의 표현으로

“싫어”를 사용합니다.


이 시기에는
먹고, 자고, 입고, 씻고 등 이 모든 과정인
일상 전반에서 대립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아이가 환경을 통제하려는 발달 단계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싫어"는 아이가 자아를 주장하는 첫 번째 표현으로 발달적으로 반드시 익혀야 하는 말


의도적 반항이 아니라
내 선택이 존중되는지 확인


먹기 싫어
잠자기 싫어
집에 가기 싫어
옷 입기 싫어
씻기 싫어
양치 싫어


아이들은 심지어

자신이 좋아하던 것도 싫다고 거절하기도 하며,

조금 지나면 다시 하기도 합니다.

가끔 아이는 하고 싶고, 할 건데도 불구하고

"싫어"라고 말한 뒤 하기도 합니다.

이는 감정과 언어가 아직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시기라 그렇기도 합니다.
아이는 자신이 선택권을 가지고 싶으며, 통제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싫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즉, 행동 자체의 거부라기보다는
상황 통제에 대한 반응입니다.


선택권과 통제를 향한 본능적 반응


“싫어!”라는 말에는

“내가 할래요!”

“지금 안 하고 싶어요.”

“내가 선택하고 싶어요.”

“지금은 배고프지 않아요.” 등의 다른 의미들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영유아기는 언어 표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싫어", 또는 거부로 모든 것을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유아기의 선택권은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나라는 감각’과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아기 때는
배고프면 울고,
엄마나 양육자가 수유를 통해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외부에서 욕구가 충족되었습니다.


하지만 2~3세가 되면

뇌 발달과 함께 “나”라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리고 “내 몸, 내 기분, 내 의지”가 부모와 분리되어

따로 있다는 걸 깨닫게 되며

아이는

‘내가 원하는 게 있어!’

‘내가 싫은 게 있어!’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어!’를 느끼게 됩니다.

이게 바로 자아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아직 말과 행동이 미숙하기 때문에

“싫어! 안 해! 안 줄 거야!”라는

제한된 표현으로 쏟아져 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뇌에서는
“나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존재일까?”
“어른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할까?
내 의지도 중요한 걸까?

그래서 아이는 내용과 상관없이,
“싫어!”라는 말을 통해
통제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겁니다.


거절은 자율성이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

어른이 정해준 대로 움직이면 편할 수 있지만,

아이는 이 시기에

"내가 결정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 합니다.


이 확인 과정이 바로

고집부리기

반대하기

일부러 거절하기로 나타납니다.


예시상황과 대처
상황 1
늘 잘 먹던 음식을 주며, “이거 먹자”라고 말했을 때
아이가 “싫어!”라고 합니다.

의미
이 음식이 싫어진 것이 아니라 지금 먹고 싶지 않은 것이며,
먹고 싶다고 할지라도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신호입니다.

아이의 속 마음은 “먹을지 말지를 내가 정하고 싶어”

부모가 할 수 있는 말: "여기 바나나가 있어. 먹고 싶을 때 먹어.’


상황 2
"양치하자~"라고 했을 때도
아이들은 바로 "싫어!"라고 말합니다.

의미
씻는 행위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누군가 개입하는 느낌에 대한 저항입니다.

아이의 속마음은 '내가 결정하고 싶어!'

부모가 할 수 있는 말: 5 분 뒤에 양치할 거야. 칫솔 찾아서 오면 양치해 줄게~
(사실 양치는 정말 힘들 수 있습니다. 어른도 치과에 가서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 사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황 3
부모가 옷이나 컵을 정해주면,
"이거 싫어!"

의미
내 선택이 사라졌다는 느낌

아이의 속마음은 옷이나 컵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겠다는 마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방법: 아이가 둘 중에 하나를 직접 선택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싫다고 말한 뒤에도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거나

기다려 주면

다시 돌아와 수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절을 통해 통제권을 확보한 뒤,

안전하다고 느끼면 행동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의사결정을 연습하며 성장합니다.


하지만 선택권을 줄 때 너무 넓은 범위는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제한된 선택권을 제공하여야 합니다.


피해야 할 말
“그럼 하지 마!”
“그냥 엄마말 들어!”
“왜 또 싫어야?”
“자꾸 싫어만 할 거야?!!”


할 수 있는 말
“이 컵이랑, 저 컵 중에 뭐가 종아?”
“지금 할까, 5분 뒤에 할까?”
“혼자 할래, 엄마랑 같이 할래?”



“싫어”의 반응에 부모가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


1. 거절 자체를 문제 행동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싫어는 감정 표현이며, 나쁜 표현이나 교정해야 할 행동은 아닙니다.

거절을 과도하게 억압하면 감정 억제, 분노 폭발, 회피 행동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2. 통제권 전체를 넘기지 말고, 선택지로 제한

“그럼 하지 마!”, “왜 싫은데!”라고 말하는 것보단 “네가 선택할 수 있어! 이 둘 중에 하나 선택해 봐”, 놀이터에서 떠나기 전에도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하고 집에 가자~ 어떤 거 하고 갈까?”

이 중에서 네가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가야 하는데 한없이 물어보고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됩니다. 가야 할 때는 선택권을 준 뒤, 마지막으로 하고도 안 간다면 안고 그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3. 감정은 인정하되, 행동 규칙은 유지

싫다고 말할 수 있어(감정 인정) 하지만 양치는 해야 해(명확한 기준)

감정 수용과 일관된 경계는 정서 조절 능력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4. "싫어" 뒤에 숨은 의미를 해석

피곤할 때, 강요당할 때, 변화에 대한 불안에서 거절의 표현인 "싫어"라고 말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영유아기의 ‘싫어’는
문제 행동이 아니라 성장 신호
개체화 과정에서 대립은 필수
싫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자기 경계와 자기 보호, 자율성의 시작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이 부분을 못하게 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건강하게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입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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