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다가오는 스케줄은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신청한 비행이 몇 개가 나오느냐가 그 다음달의 설렘과 직업 만족도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하지만 병가를 와 있는 동안 그렇게 뒤적이고 까먹은 적 없던 비행 신청(bidding)을 까먹었다. 아차 싶어서 비딩 시스템에 들어가보니 보란 듯 2024년 2월 창이 열려있었다. 아뿔싸
익숙한 스크린샷이 승무원 동기들 카톡방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상상을 해보았다.
상상 1. 내가 병가가 1월 10일까지라 해도 비행은 1월 초 부터 들어있겠지??
상상 2. 미국이 미니멈 2개는 있겠다. 그것도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곳(보스턴 뉴욕 빼고 다)
두구두구두구
137시간에 트레이닝이 4일이 잡혔다. 살다가 이렇게 많은 비행시간이 내 로스터에 박힌것은 처음이다. 우리 회사의 비행시간 산정기준은 chocks off/on, 비행기가 문을 닫고 brake release 하는 것이다. 그러면 실질적으로 출근을 해서 브리핑을 하고, 기내 서비스 준비를 하는 시간을 모두 생각하면 총 듀티 시간은 뭐 160-170시간은 되겠다.
사실 비행을 하시는 분들은 이 스케줄이 얼마나 살인적인지 이해를 하실 것이다.
주6일에 하루 쉬는 꼴, 미국은 앞 뒤로 이틀은 쉬어야 한다. 그래서 가장 바쁜 주의 스케줄을 보면
베이징 다녀오면 새벽 5시, 같은 날 저녁에 출근해서 영국 맨체스터, 다녀오면 새벽 5시, 같은 날 저녁 8시에 인도 콜카타를 다녀오는 식이다. 타임존을 몇 시간씩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바람에 내 몸과 잠은 엉퀴는 것은 당연지사.
그냥 좀 이 스케줄을 보고 씁쓸했다.
내가 아파서 병가를 와 있는데도 이렇게 살인적인 스케줄을 넣었나.. 결국에는 1월 중순까지 스케줄은 병원 certificate에 언급된 날짜만큼 변경될 것을 알지만. 그래도..
비행 신청을 안 했지만.. 그래도.
그래, 아프면 결국 내 손해인거다.
생각만큼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 않은 내 발목 상태가 과연 다음달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