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을 딱히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그는 내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렇다.
그가 내 이상형에 가깝다는 건 이제 과거형이다.
그는 뉴욕에, 나는 서울에 산다.
7-8년 전 쯤, 그는 휴가로 2주간 서울에 방문했다.
서울은 그가 태어나고 아주 잠시 살았던 곳이다.
그가 서울에 머물던 중 우린 둘 다 아는 지인의 생일파티에서 만났다.
우린 수줍게 눈웃음을 주고 받으며 인사를 나눴다.
그와의 대화는 담백한 듯 즐거웠고,
여러명이 모인 그 자리에서 마치 우리 둘 밖에 없는 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뉴욕으로 돌아가서도 연락해도 되냐고 물었다.
망설임은 잠시.….
그의 선량한 미소에 나는 이미 졌다. ;)
며칠 후 둘이서 만났다.
그는 한국어를 거의 못해서 우린 영어 9 : 한국어 1의 비율로 대화를 나누었다.
서울-뉴욕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가 우리 사이의 첫 번째 벽이었다면 나의 ‘책으로 배운’ 영어는... 두 번째 벽이었다.
그가 미소를 머금고 중저음으로 발하는 달달한 말들을 나는 다 소화하지 못했다.
그가 스윗스윗한 말들을 건네는데 자꾸만 의미를 묻고있는 나였다...;;
내 마음을 그에게 제대로 표현하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쓰기는 훨씬 편해서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중국 지사 근무를 신청하겠다고 했다.
뉴욕에서 그가 근무중인 회사의 아시아 지역 지사 중 서울과 가장 가까운 곳이 중국이었다.
그럼 이제 주말마다 볼 수 있다며...!
그의 급진적인 결단이 놀랍고 또 기뻤다.
‘아 이렇게 우리 사이의 벽들이 사라지는구나...’ :D
설레이던 시간도 잠시,
그의 중국 지사 근무는 없던 일이 되었다.
그의 부모님의 반대로...
뉴욕에서 자리를 잘 잡았는데 왜 중국으로 가려느냐고,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그는 나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고 바로 설득된 거 같았다.
그 때 나는 매년 두 번씩 회사일로 뉴욕에 출장을 가긴 했지만 14시간의 비행거리는 마음의 거리이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전 SNS를 통해 그의 약혼소식을 접했다.
마음이 헛헛하다.
#친구끊을까
#un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