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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Sep 11. 2023

밤 12시 1분, 편의점에선..

오랜만의 술자리였다.

건너서 아는 지인에게 도움을 받아서 고마운 마음을표현하기 위한 저녁식사 자리였다.


압구정동에 있는 맛이 검증된 레스토랑들 중에서 내가 직접 가본 곳으로 네 군데를 추천했다. 다양한 옵션을 드리고 싶어서 네 군데 각기 다른 종류의 음식으로 추천했다.


도움을 주신 분은 네 가지 옵션 중에서 노포 느낌이 나는 한식집을 고르셨다. 일부러 험블한 곳을 고르신거 같은 느낌이 들았지만..

옆 테이블에 앉은 20대로 보이는 여성 중 한 명이 마주 앉은 일행에게 “여기 맛도리야!” 하고 말했다.

그 순간 우리의 선택이 좋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밥자리는 오랜만의 술자리로 변했다.

내게 도움을 주신 그는 술 먹을 때 안주를 많이 안먹는 편이라 했고, 나는 고마운 마음에 이 곳의 맛있는 대표메뉴 여러가지를 맛 보여드리고 싶었다.


우리의 타협점은 우선 대표메뉴 하나를 먹어 보고 부족하면 또 시키는 거였지만 나는 은근슬쩍 두 번째 메뉴를 기깔나게 설명했다. 그가 설득되었고, 그는 두 번째 메뉴에도 반했다. :D


소맥

우리의 술은 소맥이었다.

새로+Kelly=켈리새로


그가 말아주는 소맥은 기분 좋게 달았다.

그는 술을 잘하는거 같았다.


아참!

그와 나는 두 번째 보는거다.

처음엔 내 친구의 집에서 여러명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다. 그 날 이후 몇 개월 만에 처음으로 둘이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선호음식이나 술먹는 스타일, 주량을 전혀 몰랐다.


아무튼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건배를 짠~ 짠~ 하다보니 그도 나도 많이 마신 것 같다..

그는 약간 술기운이 올라오는거 같았고 텐션이 엄청 올라왔다. 나는 평소 주량보다 많이 마셔서 속이 울렁거렸다.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었다.


대로변에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빈차가 꽤 있음에도 세워 주지 않았고 나머지는 예약 차량들이었다…;;:

우리 둘다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시간 때문인가…..ㅠㅠ


아이스크림 좋아해요?


그가 물었다.

“네”

밤 12시가 다 된 시각.

주변에 아이스크림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근처의 CU 편의점을 찾아냈다.


아이스크림과 물을 골라 편의점 테이블에 앉으니 시간은 12시 1분.


편의점 직원(또는 점주)은 커다란 바구니에 신선식품을 정리 하고 있었고, 편의점에는 세 팀의 손님이 있었다.

편의점에 제일 먼저 들어온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서 아이스크림과 물을 먹으며 한손으로는 계속 택시가 잡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그 다음에 일본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라면 등 먹을 거리를 사가지고 금방 나갔다. 일본인 남녀가 나가는 동시에 한 남성이 들어왔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에서 임팩트있는 연기를 펼친 주오남과 닮은 남성이 조용히 들어와서 아마도 음료 진열대로향하는 것 같았다.


밤 12시 1분

밤에서 새벽으로 가는 이 시간, 압구정동 한 편의점의 풍경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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