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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에 Jan 29. 2024

월급 없는 첫 달


월급 없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은 아니지만 나는 다시 월급을 받을 준비가 안된 채로 ‘이 날‘을 맞게 되었다. 월급이 없는 첫 번째 달의 첫날을..


회사는 인사팀을 통해 전 직원에게 회사가 한국에서 더 이상 비즈니스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요약하면, 회사가 문을 닫는단다.

갑작스러웠다.

‘회사가 없어지는 것이 이렇게 급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일인가?’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동료들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마음을 추수르고 앞으로를 생각해야겠지…


회사의 결정 이후 우리에겐 6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시한부 같다고 느껴졌다...

‘고용 시한부’


6개월의 시간 동안 동료들의 결정과 계획은 저마다 달랐다.

서울에서 약 479km나 떨어진 지역으로 이직을 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외국으로 떠날 계획을 세우기더 했다. 드문드문 입사 지원을 하면서 기회를 보기도 하고, 몇몇이 팀을 이뤄 같은 곳으로 이직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당장 적극적으로 이직 활동을 하지는 않을 샡각이다. 이번 기회에 나의 미래 커리어에 대해 방향성을 정하는 시간을 가져 보고 싶어서다.


물론 그동안에도 관심이 가는 채용공고나 헤드헌터 가 제안한 포지션에 입사 지원을 하면서 이직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이직을 연습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이 새롭게 시작하는 비즈니스나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보고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기회도 탐색해 나갔다.


이런 과정에서 많은 걸 새로 알게 되었다.

‘이런 아이디어도 비즈니스 아이템이 될 수 있구나.’

‘이런 프로젝트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구나.‘

‘이 아이템으로 신규 사업을 하려는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니즈와 컨설팅이 필요하구나.‘


여럿이 모여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한마디 한마디에서 인사이트를 얻는다.

‘와.. 이 자리에 나오길 잘했네..!’


회사에 다니며 동시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느라 이렇게 사람들과 모여서 관점을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하루하루 처리하고 해내야 할 일들 사이에서 다른 관점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보려는 시도를 평소에는 잘 못했던 것 같다.


회사가 문을 닫기로 결정한 후 내가 시도한 일 중 하나는 글로벌 헤드쿼터의 인사부서와 직접 소통을 시도한 것이다.

회사는 글로벌 헤드쿼터가 있는 OO국에서 근무할 기회를 제안했다. 하지만 나는 해외로 나가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그 제안은 내게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며 나의 ‘다음’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에 6개월이 흘렀다.

6개월, 그러니까 4,320 시간이 조용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월급 없는 달이 시작되었다.

그 첫 번째 날 아침, 내 침대에서 눈을 뜨니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와! 출근 안 해도 된다. 더 누워있어야지.‘

‘‘아! 이번달부터는 월급이 없네..’


그렇게 월급 없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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